안녕하세요. 비룡소의 책에

연령 8~9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7년 11월 10일 | 정가 7,500원
수상/추천 교보문고 추천 도서 외 2건

안녕하세요.
비룡소의 책에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문의하신 책을 찬찬히 살펴보고 답변을 드리느라 좀 늦어졌습니다.
우선, <너, 그거 이리 내놔!>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동화에서 클레망은 힘센 압델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초코빵을 빼앗기곤 합니다.
여기서 클레망은 압델을 묘사하기를 ‘터키 군인처럼 힘이 세다’고 합니다.
하지만 곤란을 겪는 클레망을 도와 주는 용감한 친구 피에릭 역시 이렇게 묘사됩니다.
‘피에릭도 터키 군인 못지 않게 무서운 아이다.’라고요.
(프랑스의 터키 군인들이 힘이 세긴 센가 봅니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터키 군인들은 힘이 센 사람의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힘이 센 것은 군인의 덕목일 뿐 나쁜 것은 아니니까요. 더구나 클레망의 빵을 빼앗아 먹던 압델은 결말에 이르러서는 반 아이들 전체에게 놀라운 선물을 합니다. 바로 맛있는 박하차를 준비해 나누어주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너, 누구 닮았니?>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책은 ‘입양’이라는 예민하고도 복잡한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입양된 아이가 그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자신이 입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 부모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는 나이든 어른들도 대답하기 힘들만큼 미묘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동양에서 태어나 (정황상 베트남이 아닐까 생각됩니다.)입양된 아이 크리스토프는 자신의 생김새가 부모님과 닮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고민을 합니다. 하지만 크리스토프의 고민은 ‘부모님이 나를 버릴까봐’가 아니라 ‘내가 친아들이 아닌 줄도 모르고 부모님은 나를 내새끼라고 부르면서 귀여워해 주신다. 내가 친아들이 아닌 줄을 알면 부모님은 얼마나 큰 충격을 받으실까?’라는 맥락입니다. 즉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자기만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결국 크리스토프는 고민 끝에 부모님께 그 사실을 고백하고 그러에도 자신은 부모님을 사랑한다고 차근차근 설명을 합니다. 즉 "설명만 잘 해 드리면 부모님들도 결국은 뭐든지 다 이해하신다고!"는 프랑스인인 부모님이 이해를 잘 하셨다기 보다는 자신이 설명을 잘 했다는 자화자찬의 의미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포스터 속의 아이들에 대한 묘사와 봉의 아버지와의 대화, 그리고 따라다니면서 크리스토프의 생김새를 이상하다고 말하는 코린느는 다소 조심스러운 부분을 건드리고 있습니다. 그러한 문제들은 해외로 입양된 동양 아이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또 우리나라에서 일하거나 살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와 그 아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봉의 아버지는 크리스토프에게 자국을 비하하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실수였음을 깨닫고 크리스토프에게 미안해 하며 해명하려고 합니다. 크리스토프를 따라다니며 그의 외모를 문제삼는 코린느의 모습은 독자에게 결코 좋은 인상을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렇게 친구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함부로 하다니…’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인종차별은 나쁘다고 어디에도 써 있지 않지만 이 책을 읽는 어린이에게 그런 생각이 들게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 효과는 교훈만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보다 뛰어날 수도 있겠지요. 이 책은 분명 민감한 문제를 건드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출판하기로 한 것은 입양이라는 문제를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가장 아이답게, 그러면서도 현명하게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 때문이었습니다.

비룡소의 책에 관심을 갖고 좋은 지적을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민감한 문제나 가치관을 다루고 있는 책을 검토할 경우 더더욱 깊고 넓게 살피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