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와 손자의 모습이 별로 두드러지지 않는 그림과 색채로 표현돼 있는
<오른발, 왼발>은 그야말로 주목받지 못하는 책인듯 보인다.
그러나 책을 읽어나가면서 서서히 밀려드는 진한 감동은
책장을 덮고 나서야 충격적으로 실감하게 된다.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는 주인공 보비에게 할아버지는
‘오른발 왼발’ 걸음마를 가르쳤고
매일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준다.
그러던 어느날 할아버지는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말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게 된다.
이상한 소리를 내는 할아버지가 무서워 도망치는 보비.
그러나 보비는 자신에게 항상 부드러운 미소로 걸음마를 가르쳐주던
인자한 할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할아버지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자신에게 가르쳤던 말하는 법과 밥 먹는 법 등을
할아버지가 다시 배울수 있도록 돕는다.
결국 할아버지는 다시 걷고 말 할수 있게 되고 둘은 나란히 산책을 한다.
우리나라 대가족 제도 하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겠으나
요즘의 핵가족 제도 하에서는 흔치 않는 일이라
책이 주는 교훈은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다.
할아버지 할머니 혹은 엄마 아빠가 베풀어 주시는 사랑을
다시 되돌려 드려야 한다는 ‘효사상’이 그것인데,
직설적인 대화체의 방식이 아닌,
할아버지와 보비의 서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 그리고 영혼의 교감을 통해
자연스럽게 표현해 냈다는 데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의 묘미이자 작가의 의도가 숨어있는 것이다.
갈색톤의 별로 두드러지지 않는 그림과 색채, 잔잔한 이야기 전개에도 불구하고
나의 가슴 속에 지울 수 없는 강렬한 그림을 남겨 놓은 책, <오른발,왼발>.
아련한 감동이 오랫동안 남아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