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봉지 공주’라는 제목

연령 7~9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8년 11월 26일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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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봉지 공주’라는 제목이 상당히 엉뚱하다. 물론 결말의 반전도 유쾌하기 그지없다. 처음에는 제목이 주는 신선함보다는 낯설음 때문에 책을 선택하는 것이 오히려 망설여졌다. 이 책은 2001년 최고의 애니메이션인 ‘슈렉’이 그러했듯이 기존의 왕자와 공주에 대한 환상을 뒤집어버리는 통쾌함을 느낄 수 있는 그림책이다. 그림도 약간은 만화 같은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마음에 들고, 글은 톡톡 튀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용이 나타나 성을 부수고 왕자를 잡아간다. 공주는 옷이 다 타 버리자 종이 봉지를 구해 입고 왕자를 구하러 간다. 이렇게 해서 종이 봉지를 입은 공주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왕자가 공주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공주가 왕자를 구하러 간다. 공주는 더 이상 가녀리고 착하기만 한 공주가 아니라 오히려 용감할 뿐 아니라 현명하기 이를 데 없다. 엘리자베스는 공주이지만 나약하지 않고 씩씩하고 현명하며 왕자가 자신을 구해 주기만을 기다리지도 않는다. 종이 봉지를 둘러쓰고 머리는 다 헝클어졌을망정 동화 역사에서 진정 아름다운 공주를 우리는 만날 수 있다. 멋진 꾀를 내어 용을 지쳐 곯아떨어지게 만든 공주는 로널드 왕자를 구하나, 왕자는 더럽혀진 공주를 무시하며 ‘진짜 공주처럼 챙겨 입고 다시’ 오라고 말한다. 공주는 ‘진짜 왕자’처럼 차려 입었지만 겉만 번지르르한 껍데기인 왕자를 차 버리고 만다.

왜 동화 속에 나오는 공주는 항상 아름답고 왕자는 다 멋질까? 왜 공주는 왕자가 와서 입맞춤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까? 왜 왕자는 용감하고 현명한데 공주는 단지 착하고 예쁘기만 할까? 동화책을 읽으며 누구나 한 번쯤은 느꼈던 질문일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동화책과 애니메이션을 통해, 아니 그보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문화적 코드를 통해 남자와 여자에 대한 고정 관념을 갖고 있다. ‘종이 봉지 공주’는 사람을 볼 때 겉이 아니라 무엇을 볼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그리고 남자와 여자에 대한 고정 관념이 타당한가라는 문제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는 좋은 동화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