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방 안에 다섯 마리

연령 5~7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1년 5월 23일 | 정가 13,000원
수상/추천 독일 룩스상 외 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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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방 안에 다섯 마리 동물(정확히는 동물이 아니라 동물 모양 장난감)이 의자에 앉아 있다. 그리고 동물들의 표정은 뭔가 두려운 듯한 기색이 역력하고….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동물들은 모두 어딘가를 다쳤다. 펭귄은 양쪽 날개가 없고, 오리는 바퀴가 하나 없으며, 곰은 눈과 팔을 다쳤고, 개구리는 밴드를 붙이고 있다. 그리고 피노키오인 듯 보이는 주인공은 코가 부러졌다.

문이 열리고
하나가 나왔어.
하나가 들어가고
넷이 남았지.

문이 열리고 하나가 나오고 또 다른 하나가 들어가면 남겨진 동물들은 어둠 속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나오는 친구들의 모습은 활짝 웃고 있다. 하늘을 날듯이 펄쩍 뛰어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개구리까지 들어갔다 나온 뒤에 ‘다음엔 너야!’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마지막 장면에는 불이 환하게 켜진 방의 내부가 보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크게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의사 선생님!’하고.

에른스트 얀들과 노르만 융에의 ‘다음엔 너야’는‘ 두 사람의 다른 작품인 ‘아래로 아래로’와 함께 참 매력적인 그림책의 세계를 보여준다. ‘아래로 아래로’에서 지구의 끝까지 내려가는 상상력을 보여준 두 사람은, ‘다음엔 너야’에서는 아이들이 병원에서 느끼는 마음속의 불안을 간단한 몇 마디의 말과 친근한 느낌을 주는 편안한 그림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책에서 엿볼 수 있는 간단하면서도 우리 내면을 잘 드러내는 언어는, 아마도 얀들이 시인이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림책의 매력을 글과 그림의 조화일 텐데, 그런 점에서 두 사람의 호흡은 기가 막힐 정도로 잘 맞는다. 둘째 녀석은 같은 작가의 그림책을 나란히 놓고 읽어 달라고 조르는데, 아니나 다를까 형이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오자 ‘아래로 아래로’와 함께 읽어달라고 성화다.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한 첫 작품은 ‘점점 더 높이’라고 하는데,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나오지 않은 것 같다. 이 책도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