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째가 다섯 살 때 제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5 | 글, 그림 존 버닝햄 | 옮김 박상희
연령 3~7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5년 11월 10일 | 정가 14,000원
수상/추천 동원 책꾸러기 추천 도서 외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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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보기) 판매가 12,600 (정가 14,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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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째가 다섯 살 때 제일 좋아했던 그림책이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책 읽여 주세요(둘째 아이는 아무리 읽어 주세요라고 고쳐 주어도 역시 읽여 주세요라고 한다).’라고 졸라대는 둘째는, 자기가 책을 골라올 때는 이 책과 함께 역시 존 버닝햄의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 헬렌 옥슨버리의 ‘곰 사냥을 떠나자’를 주로 가져온다. 언젠가 같은 날 읽어주었던 책인데, 아이는 책의 크기도 비슷한 이 세 권을 마치 세트처럼 여기나 보다. 둘은 버닝햄이고 하나는 그 부인인 옥슨버리의 작품이니 잘 어울리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 글을 쓰려고 버닝햄의 약력을 잠깐 보니 모르고 있던 사실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그는 초등학교를 섬머힐을 나왔단다. 그러고 보면 버닝햄의 그림책은 뭔가 악동 같은 구석이 많은 것 같다. 또 상상력과 자유로움을 즐겨 추구하는 듯도 하고. 그리고 또 하나 발견한 놀라운(?) 사실은 아직 내가 ‘곰 사냥을 떠나자’ 감상문을 쓰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쓴 줄 알고 있었는데….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는 버닝햄의 다른 그림책인 ‘지각대장 존’이나 ‘마법 침대’와 같은 상상력의 세계를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기차놀이를 하다 잠이 든 아이는, 강아지(실은 강아지 잠옷집)와 기차를 타고 여행하다 코끼리를 만난다.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라고 소리치자 코끼리가 사정을 하고 그래서 함께 여행을 계속한다. 이어서 물개, 두루미, 호랑이, 북극곰이 차례로 타게 되는데 이튿날 학교에 가야 하는 아이는 집으로 돌아온다. 다음날 아이를 깨운 엄마는 우리 집에 웬 동물이 이리 많은 거냐고 말한다.
아이와 이 책을 읽으며 둘이 함께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를 합창했다. 그런데 박자가 잘 맞지 않아서 “하나, 둘, 셋”하는 신호 후에 함께 외쳤는데 아이는 그게 재미있었나 보다. 책을 펼치면 자기가 먼저 “하나, 둘, 셋!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를 외쳐댄다. 그러나 동물들의 하소연을 듣는 것은 아무래도 좀 지루한지 잘 듣지 않는다. 뭐 교훈적이고 생각할 거리는 던져주지만 심각한 편이기는 하다.
그리고 마지막 결말 당연히 모든 게 꿈이었겠지 하는 우리의 예상을 뒤엎는 엄마의 말, “그런데 우리 집에는 웬 동물이 이리 많은 거니? 현관에는 코끼리가, 목욕탕에는 물개가 … 있더구나.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니?”
글쎄,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쏭달쏭하게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아이가 실제 여행을 하고 돌아온 것인지, 꿈이라면 실제 동물들이 있지는 않을 텐데…. 여기서 내 생각이 더 나아가지 못하는 것을 보면 나도 나이를 먹기는 먹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