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들에게 흔히 있는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36 | 글, 그림 케빈 헹크스 | 옮김 이경혜
연령 5~5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6년 11월 10일 | 정가 11,000원
수상/추천 칼데콧상 외 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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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들에게 흔히 있는 일 중 하나가 어떤 물건에 집착하는 것이다. 친구 딸도 어려서부터 작은 담요를 꼭 끼고 다녔다. 집에서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백화점에 가도 질질 끌고 다닐 정도였다고 한다. 그것이 크게 잘못된 행동이 아닌데도 부모들은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서 조금만 다른 행동을 보여도 무슨 큰 일이나 난 것처럼 걱정을 한다. 다행히 그 친구는 그것을 크게 문제 삼지 않았고 조금 크자 저절로 고쳐졌다고 한다. 그래… 기다리는 게 최고야. 하지만 어른들은 그 잠깐을 기다리지 못해서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고 스스로를 괴롭힌다. 아니, 스스로만 괴로우면 괜찮은데 아이까지 괴롭히니 문제다.

표지부터가 인상적이다. 쥐로 표현된 아이는 아무 걱정도 없는 듯 노란 것을 질질 끌고 다니고 있고 어떤 어른은 담장에서 망원경으로 무언가를 보고 있다. 도대체 뭘 보고 있는 거지? 살다 보면 꼭 이런 사람이 있다. 남의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고 뭐든지 알고 있는 듯이 말하는 사람. 그렇지만 정작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정보는 검증도 안 되고 신뢰도 할 수 없는 게 부지기수인 그런 사람 말이다. 하지만 그 사람의 말은 너무 그럴 듯 해서 혹시나… 하면서 따라하게 된다. 이 책에서도 그렇듯이.

이 책이 처음 번역되어 나온 것이 1996년으로 되어 있다. 그때는 그림책이 막 보급되기 시작한 때였으니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겠다. 지금이야 이런 종류의 책도 많고 아이들 마음을 그대로 담아내는 책이 넘쳐나지만 그 당시만 해도 대부분 어른의 시각에서 아이들을 바라 보는 이야기가 많았던 때였다. 권위적인 어른들, 아이를 교육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는 어른의 입장에서 쓴 글과는 다른 아이를 이해해주고 더없이 인정많은 엄마와 아빠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많은 것을 느꼈겠지. 더욱이 권위를 자랑하는 칼데콧 상을 받은 작품이니 의심할 여지가 없다.

아기 때부터 함께 지내 온 친구 뿌뿌를 언제 어디서나 가지고 다니는 오웬. 정작 부모는 별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지만 옆집 사는 족집게 아줌마는 다르다. 큰일난다는 듯이 별별 방법을 다 가르쳐준다. 하지만 어른들보다 한수 위인 오웬은 절대 속아넘어가지 않는다. 사실 오웬이 뿌뿌를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면 족집게 아줌마가 과잉반응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뿌뿌와 함께 가야만 하는 곳을 보면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느낀다. 어른도 치과에 갈 때는 겁나는데 아이는 오죽할까.

하지만 이 나라도 학교에 들어간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 다가오나 보다. 엄마 아빠가 드디어 심각하게 고민을 하니 말이다. 그동안 썼던 모든 방법은 실패로 돌아가고 오웬은 계속 학교에도 가지고 갈 거라고 우기니 참 난감한 상황이다. 그래도 현명한 오웬의 엄마와 아빠는 윈윈 전략을 세운다. 역시… 작가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마지막 장면을 보니 예전에 입학할 때 손수건을 가슴에 달고 가던 생각이 난다. 드디어 이제는 족집게 아줌마도 아무 말을 안한다. 왜? 오웬이 자신의 것과 같은 종류의 것을 가지고 있으니까. 어른들의 고정관념은 참 무섭다. 자기에게 익숙한 것은 좋은 것이며 괜찮은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하니 말이다. 작가가 그런 어른들의 편협함을 꼬집으려고 했든 안했든 마지막 장면은 어른인 내가 보기에 뜨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