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

시리즈 비룡소 창작 그림책 28 | 글, 그림 박연철
연령 5~1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6년 9월 22일 | 정가 12,000원
수상/추천 황금도깨비상 외 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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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가 있을까? 옛날이야기 해 준다고 하면
“내가 뭐 애긴 줄 알아?”
그러면서도 솔깃솔깃 귀가 커진다. 큰 아이가 어릴 적 옛날이야기를 특히 좋아했다. 듣는 것도 좋아했지만 스스로 이야기를 꾸며 대는 모습을 보며 우스웠던 기억이 났다. 되지도 않는 이야기를 이리저리 주절주절 말귀도 못 알아듣는 동생을 앞에 앉치고 하는 양이 참 예뻤었다.
오랜만에 옛이야기 그림책을 만났다. 서정도 선생님의 우리 옛이야기 이후 입말로 바뀌어진 옛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했다. 구수한 입담이 그대로 느껴졌다. 첫장을 펼치자마자 그야말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제목이 거꾸어 매달려 있다. 벌써 초딩이라 불리는 아이들은 피식 웃으며 어이없어 하지만 유치원생들은 자신이 큰 발견이라도 한냥 호들갑을 떤다.
말썽꾸러기 어처구니들 때문에 조용할 날이 없는 하늘나라, 임금님은 어처구니들을 모두 잡아들인다. 하지만 핑계없는 무덤 없다고 어처구니들은 그들 나름대로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할 핑계를 지고 반성할 줄 몰랐다. 판화 느낌의 그림에서 묻어나는 어처구니들의 능청맞은 표정이 재미있다.
한편 하늘 끝에 사는 손이라는 못된 귀신이 사람들을 해코지하고 있었다. ‘손’이라는 낯선 귀신의 이름에 순간 당황했다. 손오공을 말하나하는 느낌도 있고 성이 손씨인 귀신인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손 없는 날 이사한다.’는 이야기가 문득 떠올라 바로 그 손을 말하는구나 무릎을 쳤다. 하지만 아이들은 손이라는 귀신을 그리 가깝게 느끼지 못하는듯 했다. 그저 귀신이 손씨인가보다, 귀신도 성이 있었나 갸우뚱거린다.
결국 하늘나라 임금님은 어처구니들을 시켜 손을 잡아오라고 시킨다. 무턱대고 손을 찾아간 어처구니들은 손에게 혼쭐만 난다. 맏형격인 대당사부는 하늘도서관에서 열심히 연구해 그 방법을 찾아낸다. 나름 자신들의 재주를 이용해 손을 잡을 준비를 한다. 허나 어딜가나 그런 사람이 꼭 있듯 엄나무로 밧줄을 짜던 손행자의 방심으로 다 잡은 손을 놓치고 만다. 그후 어처구니들은 그 벌로 궁궐 추녀마루 위에 올라앉아 손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게 되었단다.
가끔 아이들을 데리고 궁궐을 찾으면 곤란한 질문을 받는다. 다행히 궁궐 도움이를 만날 수 있으면 다행인데 그렇지 못하면 일사천리로 휙 지나치기 일쑤인 다리만 아픈 나들이가 되어버린다. 궁궐 추녀 마루에 올라앉아 있는 오돌오돌한 모양이 무언지 궁금했었는데 그것이 어처구니였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궁궐 마당에 있던 청동그릇의 용도도 나쁜 귀신을 쫓던 물건이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어처구니 이야기’는 무엇보다 그림이 눈에 들었다. 판화인듯한 다소 거친 느낌의 그림에서 아기자기한 표정이 재미나고 고구려 벽화와 오래 된 옛 그림이 어처구니들의 모습과 너무 잘 어울렸다. 한가지 흠이 있다면 하늘나라 임금님의 모습이 서양의 동화에서 보았던 임금님의 모습을 떠올린다는 것이다. 날카로운 콧날이 동양의 모습을 약하게 만든 것이 아닐까 이유를 생각해 본다.
새로운 느낌의 그림과 새로운 유래를 알게 된 반가운 우리 그림책과의 어처구니 있는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