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에 대해서 잘 몰랐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33 | 글, 그림 롭 루이스 | 옮김 정해왕
연령 7~9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6년 10월 30일 | 정가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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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버가 벽장을 치웠어요 (보기) 판매가 9,900 (정가 11,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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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에 대해서 잘 몰랐을 때 이 책을 보고 얼마나 감탄했었는지 모른다. 어쩜 아이들 마음을 그리 잘 알고 있을까… 어쩜 아이들 상황을 이렇게 잘 그려낼 수가 있나… 빌려서 보고 또 보고 결국은 사고 말았었다.

지금은 아이들이 커서 장난감 정리하는 일이 많지 않다. 아침에 청소해 놓으면 저녁 때까지 그대로 있다. 가끔 지우개 가루가 흩어져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도 어렸을 때는 치워 놓고 돌아서면 장난감 상자를 몽땅 뒤집어 놓기 일쑤였다. 어디 그 뿐인가. 친구들까지 모두 데리고 와서 온 집안을 벌집 쑤셔 놓은 듯 만들어 놓기도 많이 했었다. 자질구레한 소꿉놀이며 병원놀이 등 평소에 안 갖고 놀던 것들도 친구들이 오면 모두 나와 있었지… 거기다가 내가 만들어준 장난감들이 오죽 많았어야지. 품앗이 교육 한답시고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온 것 중에 좋은 것은 모두 만들어 줬었다. 그러니 웬만한 문구용품은 거의 다 있었다. 거의 문방구에 있는 것이 종류별로 다 있을 정도였다면 너무 과장일까?

트레버를 보면 딱 우리 아이들 모습이다. 엄마 아빠를 따라 가고 싶지는 않아서 남기는 해도 막상 혼자 있으려니 심심해서 잠시나마 후회를 하고… 그래도 결국은 자기만의 놀이를 찾아내서 재미있게 노는 우리 아이들 말이다. 그리고 정리한답시고 이것저것 보다가 결국은 재미있겠다 싶은 걸 찾아내서 하라는 정리는 안 하고 그동안 모셔 놓았던 장난감을 오랫만에 가지고 노는 경험은 어느 집이나 다 겪어 본 일일 것이다. 트레버도 결국 엄마가 벽장을 정리하라는 말을 너무 착실하게 실천했다. 비록 엄마의 의도와 살짝 어긋나서 그렇지. 그러면서 하는 말이 압권이다.

“엄마, 내일 벽장 치우기 또 해도 되요?”

그 앞장에서 엄마가 말끔히 치워진 벽장을 보는 모습은… 공허, 허탈 뭐 그 정도의 느낌이 아닐까. 표지 그림은 분명 약간 우스꽝스럽고 생략된 ‘그림’이라는 것이 느껴지는데 중간에 있는 그림은 한참을 들여다 보고서야 사진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트레버를 제외한 가족이 강에서 보트 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진짜 한적하고 깊은 골짜기에 들어간 느낌이 든다. 다음에 마치 어떤 위험한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면서. 하지만 트레버 엄마와 아빠는 그런 걱정은 조금도 안하고 오히려 집에 두고 온 트레버를 걱정한다. 그래서 뱃놀이도 신통찮다. 정작 집에 있는 트레버는 가족들 생각 하나도 안 하고 신나게 놀고 있는데 말이다. 비록 처음에는 심심해 했지만…

유쾌하면서도 아이들 모습을 그대로 그려낸 재미있는 책이다. 그래서인지 아이들도 무척이나 좋아했었다. 물론 지금도 가끔 꺼내 보곤 한다. 롭 루이스의 다른 책들을 보았는데 그는 마지막을 재미있게 맺는다. 그래서 책장을 덮고 나면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