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선택하고 느끼는 것에

연령 7~9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7년 11월 20일 | 정가 12,000원
수상/추천 칼데콧상 외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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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선택하고 느끼는 것에 있어 경험이란 많은 영향을 미친다. 어찌보면 간접경험을 얻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인데 반대로 경험이 없으면 책을 읽으며 얻는 간접경험도 제대로 느끼질 못한다. 그렇다면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임이 명확해진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모든 것을 경험하며 살 수는 없다. 그러기에 아쉽게나마 책으로 많이 만나고자 하는 것이겠지.

어려서 시골에서 살았기 때문에 이런 장면이 너무 푸근하고 정이 느껴진다. 물론 그렇다고 이 책에서처럼 그 정도 시골은 아니다. 하지만 뭔가 통하는 데가 있어서인지 모든 것이 너무 아름답게 느껴진다. 특히 바바라 쿠니의 서정적인 그림은 읽는 이를 한없는 자연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쓸쓸한 듯 하면서도 풍성함이 느껴지는 시골 마을의 가을 분위기는 첫 장을 펼치자마자 들뜨게 만든다. 단순하게 표현한 집들이며 산으로 난 구불구불한 길, 그리고 붉게 물든 단풍진 나무들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탄성이 나온다. 아,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 비록 오래 버티지는 못할지언정 잠시만이라도 지내보고 싶다.

가을이 되자 곡식과 그동안 만들었던 수공예품을 가지고 시장으로 향한다. 먼 길을 소에 달구지를 얹어서 하염없이 걷는다. 그렇게 시장에 도착하면 가지고 간 물건들을 하나씩하나씩 판다. 심지어는 끌고 갔던 소와 달구지와 소의 멍에와 고삐도 판다. 그야말로 가지고 간 것은 모두 판 것이다. 그리고나서 식구들에게 꼭 필요한 것 내지는 식구들에게 주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산다. 가족 모두를 위한 사탕까지도… 그리고 그 길을 다시 돌아온다. 터벅터벅.

출발할 때도 긴 여정을 나타내듯 그림이 가로로 길게 늘어서도록 그렸는데 돌아갈 때도 마찬가지다. 기나긴 길을 막대기를 건 솥 자루를 어깨에 걸치고 혼자 걷는다. 갈 때는 소라도 있었건만 이제는 소도 없다. 특히 흰색테두리를 많이 쓰는 바바라 쿠니의 그림은 절로 아름답고 평화롭게 느껴진다. 그렇게 먼 길을 걷다 보니 출발할 때는 낮이었는데 저녁때가 되어야 집에 도착한다. 그리고 따뜻한 벽난로 앞에서 온 가족은 아버지의 선물을 가지고 무언가를 한다. 각자 용도에 맞는 것을… 그것들은 다음 해 가을에 시장에 나갈 때 가지고 갈 물건이 되겠지. 그리고 농부는 헛간에 있는 송아지를 위해서 고삐를 만든다. 휴, 다행이다. 송아지가 있었구나. 시장에서 소를 팔 때 소가 없으면 농사 지을 때 힘들텐데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집에 송아지가 있었단다. 겨울을 지내고 봄이 되면 많이 자라서 소박한 농부들을 충분히 도와줄 수 있겠지.

이렇게 그들의 삶은 끝없이 반복된다. 겨울에도 가족들은 잠시도 쉬지 않는다. 봄이면 다시 밭을 갈고 양털을 깎고 씨를 뿌린다. 보통 농촌에서는 겨울이 농한기라고 한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농한기도 없나보다. 요즘 아이들이 이런 삶을 보면 뭐라고 할까. 어떤 아이들은 학교에 안 가고 학원도 안 가서 좋겠다고 할 테고, 어떤 아이들은 답답하게 어떻게 사느냐고 하겠지. 컴퓨터도 없고 가게도 없으니까. 물론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이 뿐이 아니라 요즘의 익숙한 도시 생활에 길들여진 어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요즘에는 이런 식으로 생활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산속 깊이 들어가서 사는 아주 몇 안되는 사람만이 있을 것이다. 가끔 텔레비전에 나와서 모든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는…

비록 시골에서 자랐다지만 이런 생활을 하라고 하면 솔직히 자신이 없다. 문명에 이미 길들여진 탓도 있겠지만 모든 일을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이 자신 없다. 그러나 가끔 모든 고민을 벗어버리고 이런 생활을 해 보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럴 때 비록 실천은 못해도 이 책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 이 아름다운 마을에서 딱 일주일만 지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