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천 명의 어린이

연령 10~11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7년 6월 15일 | 정가 7,000원

-프랑스에서 천 명의 어린이 독자가 선정한 최고의 책-

[난 책읽기가 좋아] 시리즈의 <칠판 앞에 나가기 싫어>를 읽고 참 마음에 들어 시리즈의 다른 책을 고르게 되었다. 그 때 고른 책의 하나가 <하얀 올빼미와 파란 생쥐>인데, ‘천 명의 어린이 독자가 선정한 최고의 책’으로 뽑혔다는 기사를 보고 마음이 끌렸기 때문이다. 어린이 책을 고르는데 있어서 어린이의 눈보다 더 정확한 기준이 있을까? 나는 망설임 없이 이 책을 구입했고, 다행히 아이도 재미있게 책을 읽었다. 눈처럼 하얀 올빼미와 영리한 파란 생쥐가 벌이는 모험과 그 과정에서 쌓아가는 우정이 상당히 흥미진진했기 때문이리라.
슬레이트 탑이 있는, 하얀 돌로 만들어진 성 안의 다락방에는 하얀 올빼미가 산다. 지금까지 천 마리도 넘게 생쥐를 잡아먹은 올빼미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낮에는 고양이에게 쫓기고, 밤에는 올빼미를 피해 숨어야하는 신세를 한탄하는 엄마생쥐의 말을 들은 영리한 막내둥이 파란 생쥐는 저 나쁜 새를 없애 버려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과연 좋은 수가 있을까? 좋은 꾀가 생각난 파란 생쥐는 영리하게도 밤새 올빼미를 끌고 다닌다. 곯려주는 생쥐와 화가 나서 생쥐를 쫓아다니다 바위에 부딪히고 물에 빠지는 올빼미의 표정이 재미있다. 그러고 보면 이 책을 편안하게 읽을 수 있게 하는 요소 중의 하나가 바로 그림이다. 만화 비슷하게 대충 그린 듯하고 색도 진하게 칠하지 않은 그림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올빼미와 생쥐 사이에서 벌어지는 작은 소동을 보여주기에 적당해 보인다.
생쥐를 쫓아다니다 아침을 맞은 올빼미는 아무것도 볼 수 없어 자기의 다락방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잡혀서 서커스단에 팔려간다. 아이들의 구경거리가 된 올빼미는 자기에게 일어난 일을 이해할 수도 없고 다락방이 그립기만 하다. 그렇다면 올빼미를 물리친 생쥐는 행복할까? 그런데 오히려 생쥐는 올빼미가 없어지자 따분해지고 슬퍼지기까지 한다. 우연히 서커스단의 우리에서 올빼미를 만난 생쥐는, 올빼미의 부탁대로 다락방을 둘러본 뒤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긴장되는 장면이라 할 수 있는 53쪽, 올빼미가 자신의 어깨 위에 올라와 있는 생쥐에게 자신이 생쥐들을 무지무지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생쥐는 새삼 자기가 누구와 함께 있는지를 깨닫고 벌벌 떤다. 세상에! 좋아한다는 고백이 저렇게 살벌하고 두려운 것일 줄이야….
올빼미와 생쥐는 천적 관계이다. 그러나 책 속에서 둘은 서로를 미워하기도 하지만 상대방이 없어지자 쓸쓸해한다. 좋은 적수란 좋은 친구와 같다는 말을 이런 경우에 써 볼 수 있지 않을까? 마치 영원히 쫓고 도망치면서도 진한 우정을 간직하고 있을 듯한 ‘톰’과 ‘제리’처럼 말이다. 책은 어울리지 않는 올빼미와 생쥐가, 천적이라는 관계를 넘어 진정한 친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잔잔한 글의 흐름 속에 담아놓고 있다. 분류는 초등학교 3~4학년을 위한 3단계 도서라고 되어 있지만 내용이나 분량이 부담스럽지 않아 책 읽기를 좋아하는 저학년들도 충분히 읽을 만하다. 확 끌어들이지는 않지만 책을 읽는 재미를 느끼며 우정과 화해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