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 나라에서 많이 알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6 | 글, 그림 존 버닝햄 | 옮김 박상희
연령 6~1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6년 11월 10일 | 정가 13,000원
수상/추천 문화일보 추천 도서 외 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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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나라에서 많이 알려진 외국의 어린이책 작가 중 한 명이 바로 존 버닝햄이 아닐까. 그만큼 많은 책을 썼고 또 많은 나라에서 번역되었으며 무엇보다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많은 아이들이 그의 작품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왜 아이들은 그의 책을 좋아할까. 어린이 보기에는 그림도 엉성해 보이고 지나치게 과장 또는 생략되어 있으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아이들이 나오는 책을 왜 좋아하는지 이해 못 하는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서양 사람인데도 우리 그림에서 많이 포착되는 ‘여백의 미’를 아주 적절히 사용하고 있다.

처음에 이 책을 읽었을 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며 읽었다. 중간중간 ‘이 선생님 너무 하시네.’하는 정도의 감정만 가지고 읽다가 마지막에 존이 멋지게 선생님한테 복수하는 장면에서는 얼마나 통쾌했는지 모른다. 다른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고 어쩜 이렇게 꼬집어서 말할 수 있을까. 어린 독자는 통쾌함을 느낄 것이며 그럴수록 어른은 불편함을 느끼겠지. 물론 그것도 어느 정도 어른의 모순을 알고 있는 사람이나 그렇지 아예 권위주의에 꽁꽁 묶여 있는 사람이라면 자기 반성 없이 그저 ‘뭐, 이런 이야기가 있어.’ 내지는 ‘아이들에게 이런 비교육적인 이야기…’ 운운하겠지. 만약 이 책이 우리 나라에서 나왔다면 결말이 어땠을까 자못 궁금하다. 모른긴 해도 선생님을 도와주진 않는다 해도 선생님의 잘못을 이야기하는 식으로 풀어가지는 않았을까. 우리 작가를 폄하 할 의도는 없다. 비단 그것이 작가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경직된 우리 사회와 아직도 군사문화와 권위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고가 문제라면 문제겠지…

존이 비록 지각은 할지언정 희망을 갖고 어린이다운 생각을 가지고 학교엘 갈 때는 길도 배경도 모두 밝고 경쾌하다. 가다가 악어를 만나서 장갑 한짝을 잃어버리고 사자를 만나서 바지가 찢어져도 존은 너무 당당하고 예쁜 마음을 갖고 있다. 반면 그 이야기를 듣는 선생님은 어떤가. 그야말로 처음에는 사회적 지위를 생각해서 점잖게 말하다가 나중에는 방방뛰는 모습이란… 그럴수록 존의 그 당당하고 예쁜 마음은 점점 작아지기 시작한다. 하얀 벽 모서리에서 혼자 서 있는 존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내 아이가 벌을 받고 있는 것처럼 마음이 착잡하다. 아니 잘못해서 벌을 받는다면 응당 그래야하지만 아이의 말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미리 판단해서 억울하게 벌받는 것을 보는 느낌이다.

그래도 존은 참 착하다. 인내심도 대단하다. 그리고 순수하다. 보통의 아이들 같으면 두 번 정도해서 선생님 반응이 좋지 않으면 다음에는 그럴 듯한 말로 둘러댈 텐데 존은 전혀 그럴 의도가 없나보다. 세 번째 지각하던 날, 아니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는 날 선생님은 드디어 폭발하고 만다. 굉장히 거대하게 그려진 선생님 모습에 비해 너무 작고 여리게 표현된 존의 모습은 또 어떤가. 존은 엉성하게 색칠해진 반면 선생님은 학사모에 검정색이 꽉 채워진 가운을 입고 있다. 전형적인 권위의 상징이라고 해야하나… 그렇게 선생님에게 또 거짓말을 하면 회초리로 맞는다는 세 번째 경고를 받고 상상력과 희망을 잃고 학교에 가는 존을 보노라면 애처롭다. 지금까지 학교 갈 때 밝았던 배경은 어둡기만 하다. 첫 장면에서 비록 어둡기는 했어도 모든 사물이 똑똑히 보일 정도이고 확실한 어둠 색이었는데 이제는 모든 사물이 보이지 않는 회색 어둠이다. 과연 둘의 차이는 뭘까. 아마 아무것도 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고 가야하는 존의 심정을 표현한 것은 아닐까. 그렇게 아이는 점점 보통의 아이들처럼 변해간다. 이런 것을 우리는 ‘사회화’라고 하는 것은 아닌지… 그렇게 사회화 된 아이는 마지막 장면에서 주위에 무엇인가가 있어도 돌아보지 않고 착실하게 앞으로만 나아간다.

어른들은 이 책을 읽으며 어떤 생각을 할까. 선생님들은 다 똑같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겠지. 그러나 여기서 선생님은 직업으로서의 선생님만을 의미한다고 보진 않는다. 단지 아이가 매일 가는 곳이 학교니까 설정을 선생님으로 한 것 뿐이지 작가는 어른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물론 버닝햄은 그런 의도를 갖지 않고 순수하게 아이들 마음을 표현하고자 했을 수도 있다. 받아들이는 내가 너무 확대해석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작가가 책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독자에게 온 이상 여기서 느끼는 것은 각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난 권위주의로 자신을 방어하고 순수함을 잃어버린 어른을 아이 눈으로 따끔하게 이야기해 주고 있다고 본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제발 저희 이야기를 들어 주세요. 그냥 믿어 주세요.”
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