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화를 잘 낸다. 아

연령 5~9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5년 9월 25일 | 정가 13,000원
구매하기
부루퉁한 스핑키 (보기) 판매가 11,700 (정가 13,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10%↓ + 3%P + 2%P)
구매

아이들은 화를 잘 낸다. 아니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화를 잘 낸다. 다만 어른은 참고 참다가 한번에 크게 터트리는 반면 아이들은 그때그때 화를 낸다. 그러기에 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웃으며 노는 것이 또한 아이들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화를 낼 때 보이는 반응은 어떨까. 아주 인내심이 많은 어른이라면 아이의 화가 풀릴 때까지 기다릴 것이고, 성미가 급한 사람이라면 아니 아이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강압적으로 화 내지 말라고 닥달하겠지. 그렇다면 나는… 예전에는 전자였는데 점점 후자로 변해가는 것 같다.

막내인 스핑키는 화가 났다. 식구들이 툭툭 던지는 말이 스핑키에게는 비수로 꽂히나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똑같은 이야기라도 기분이 좋을 때는 그냥 넘어가지만 별로 기분이 안 좋을 때는 화가 나는 법이다. 식구들이 별 뜻 없이 하는 얘기들인데 오늘따라 스핑키는 완전 저기압이다. 막내인 탓에 모든 식구들이 스핑키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역시나… 막내 답게 호락호락 자신의 방어선을 무너뜨리지는 않는다. 항상 받아오기만 하는 막내의 위치. 사실 그게 얼마나 좋은 것인지 정작 자신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어쩜 스핑키의 식구들은 그렇게도 하나같이 마음이 너그럽고 아이를 저렇게 잘 이해해 줄까. 만약 나같으면 백번을 양보해서 혼내지는 않더라도 저절로 풀릴 때까지 신경 쓰지 않을텐데 말이다. 실제로 어떤 사람들은 심한 경우는 아예 화를 낸다는 것 자체를 어른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요즘에는 부모교육이나 의사소통에 대한 기술과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아이들의 그런 마음을 이해해주려는 시도가 많아서 극히 드물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스핑키는 식구들의 온갖 애교와 애정 공세에도 불구하고 화를 풀지 않아서 식구들이 제풀에 지치게 만든다. 그러자 서서히 마음이 풀리기 시작한다. 꼭 이렇게 괜히 오기 부리고 나면 후회하는 법이다. 그래도 스핑키가 식구들을 위해서 화해의 제스쳐로 아침밥을 차린 것을 보면 결코 어리광 부리는 막내 꼬마만은 아닌가보다.

아이들이 화 내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가족의 사랑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아이는 어찌되었건 스스로 화를 풀었고 식구들과 화해하는 방법도 스스로 터득했다. 아이를 믿고 사랑해 주면 자연스럽게 되는 것을… 우리 어른은 그 잠깐을 못 참고 손을 잡아 끌고 안내하려 든다. 사람은 누구나 화가 날 수 있다. 화가 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 문화는 그 화를 밖으로 표출하는 것을 극도로 자제해 왔다. 오죽하면 화병이라는 말까지 생겼을까. 어른들은 자신들이 살아 왔던 습관대로 아이를 키우는 경향이 있다. 그러고 싶어서가 아니라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습관이 무섭다는 것이겠지. 비록 화가 나서 발을 쿵쿵 구르며 다니더라도 조금만 마음을 비우고 아예 다른 생각을 하다보면 사그라들지 않을까…

윌리엄 스타이그의 책들을 보면 유독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그것도 사랑이 가득한 가족들… 아마도 자신이 그런 생활을 원했지만 그렇게 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의 책을 보다 보면 부모의 나이가 많은 것이 눈의 띈다. 이 책에서도 스핑키의 부모님은 어딘지 모르게 나이가 들어 보이고 엄마가 집에서도 정장 비슷한 옷을 입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스타이크 그림의 특징인지 아니면 자신이 나이가 들어서 그림책을 그리기 시작했고 늦둥이를 길렀기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여러 책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자신의 삶이 반영된 듯 싶다. 여하튼 우리로 치면 할아버지인 나이에 그림책을 그리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마음을 매우 잘 그리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그 아이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도록 그리고 있다. 아무리 화를 내고 삐져 있어도, 때론 버릇없이 굴어도 결국은 그 아이들을 웃으며 바라볼 수밖에 없도록 하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그의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나도 아이 편이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