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너무 많은 정보를 주

연령 11~13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9년 12월 10일 | 정가 10,000원
수상/추천 린드그렌 문학상 외 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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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가방 (보기) 판매가 9,000 (정가 10,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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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너무 많은 정보를 주는 책은 재미가 없다. 제목에서 내용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단순하게 <노랑 가방>이 제목이라 그 단순함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뭔가 재미난 이야기를 감추고 있는 것 같은 냄새가 나서 손이 근질거리고 눈이 팽팽 바빴다.

욕망을 감추어 둘 곳이 필요하다고 시작하는 이야기다. 라켈이라는 아이는 하고 싶은 것도 상상력도 너무 풍부하다. 그런데 가족들은 그 아이를 무시하거나 얘기를 들어주려고 하지 않아서 라켈은 거짓말쟁이로 취급받거나 엉뚱한 소리를 쏟아내는 아이로 평가된다. 상상력이 풍부하다 보니 머릿속에서는 이야기가 샘 솟고 그걸 들어 줄 사람은 없었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바쁜 어른들은 아이들의 말을 건성으로 들으면서 대강 고개를 끄덕이지만 아이들은 알고있다. 자신을 향해 온 마음을 열고 대하는지 대충 흉내만 내는지를…아이들은 초능력자다. 아이들의 머루같이 까만 눈과 마주할 때 나는 두렵다. 순진하고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은 저 아이가 마음 깊은 곳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의 잘못과 실수, 어른들의 이기심 같은 걸 들켜버릴 것 같아서…

친척에게 받은 커다란 노랑 가방에서 라켈은 상상 속에서 만들었던 수탉을 만난다. 수탉은 생각하는 능력이 있는 수탉이다. 우산, 옷핀, 실패도 마찬가지로 살아서 움직이는 존재지만 수탉은 라켈의 분신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정해준 위치를 거부하는, 자유정신을 대변하는 존재다. 그건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싸움 수탉 맹렬이도 자기 자신을 싸움닭에서 해방시키고 우산은 하늘에서 경치를 즐기고 바람을 맞는 낙하산이 되고 싶어한다. 맹렬이가 싸움닭이 된 이유를 주인들이 싸움만 생각하도록 맹렬이의 생각을 실로 묶었다고 하는 표현이 신선했다.

작가의 상상력이 이 책의 여기저기에서 반짝거리지만 나는 끝부분의 우산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든다. 예쁘게 생긴 우산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기쁨을 잊지 못해서 또 다시 뛰어내리다가 고장이 나고 만다. 이 부분을 “위험한 모험이었지. 예쁜 것만으로 단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살아가는 지리함만큼이나 위험한 거였지” 라고 작가는 말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죽음이다. 살아서 꿈틀거리는 우리는 욕망으로 가득차 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위험과 어려움을 감수해야 한다. 그게 두려워 움츠려 있다면 새장 안의 새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자유를 포기한 채로..

제일 마지막 장에서 라켈은 연을 날린다.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가는 연이 자유를 찾는 우리들의 모습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