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는 다른

연령 6~11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0년 10월 9일 | 정가 7,000원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는 다른 작품을 읽으며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물론 이 책으로 먼저 만났지만 그 당시에는 그냥 책만 읽었을 뿐 작가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다가 동화책 작가를 여러 명 소개해 놓은 계간지의 한 꼭지를 읽다가 그녀에 대한 글을 읽었다. 그러면서 그녀의 책을 하나씩 읽어나갔다. 정말 어른들의 닫힌 사고를… 특히 남자들의 권위주의적인 사고를 비꼰 작품은 읽는 이를 통쾌하게 만들었었다. 더욱이 내가 여자였기에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 남존여비 사상이라는 것이 있다. 뭐… 아직도 나이 많으신 분들은 아들 아들 하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아들 못 낳는다고 죄인이 되는 시대는 아니다. 게다가 남자는 남자다워야 하고 여자는 여자다워야 한다는 무언의 약속이 한동안 사람들을 옭아맸지만 이젠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다. 그런데… 외국도 이런 일이 있나보다. 이 책을 보면 말이다.

프란츠는 또래에 비해 키도 작고 생김새도 여자 같아서 모두들 여자라고 생각한다. 아니 생각만 하면 다행인데 그걸 꼬투리 잡아 프란츠를 놀리기까지 한다. 프란츠는 또 울기도 잘 한다. 형이 있긴 하지만 나이 차이가 두 배나 나기 때문에 더 아기 같아 보인다. 그러니 누가 프란츠를 남자 아이라고 생각해 주겠냐 말이다. 프란츠에게는 그것이 상당한 스트레스일 텐데… 그러고 보니 아이들 중에도 유독 얼굴도 하얗고 예쁘장하며 게다가 머리까지 곱슬거리는 아이를 보면 나도 모르게 쳐다보거나 여자처럼 생겼냐고 말했었는데 그것이 그 아이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겠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이런…

프란츠의 형이 귀찮게 생각하고 매일 구박하고 그래도 프란츠는 형을 좋아한다. 그러다가 형이 밖에 데리고 나갔다가 프란츠를 잃어버리는 사고가 나고 만다. 프란츠는 우여곡절 끝에 집에 돌아왔는데 형의 진심을 알게 된다. 실은 형도 동생을 무척 사랑하지만 표현을 못 했다는 것을. 그렇게 이런저런 사건을 겪다가 어머니날 선물로 커다란 모자를 만든다. 그것도 잡동사니를 다 모아서 아주 근사하게 말이다. 사실 근사하다기 보다 좀 요란하다고나 해야 할까. 그래도 프란츠는 나름대로 신경써서 만든 것인데 그만 형과 아빠는 프란츠의 정성을 몰라주고 놀리기만 한다. 하지만 엄마는 그 근사한 모자를 쓰고 외출을 한다. 그것도 프란츠와 함께. 원래는 다른 식구들도 모두 같이 나가기로 했지만 엄마가 프란츠가 준 모자를 쓰자 슬금슬금 동행을 거부한다. 그렇게 밖으로 나가자 모든 이목은 프란츠와 엄마에게 집중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프란츠는 자신이 선물한 모자가 근사해서라고 생각한다. 엄마는 얼굴이 화끈거려서 도저히 돌아다닐 수가 없는데 말이다. 그래도 엄마는 끝까지 프란츠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려고 애쓴다. 역시 엄마는 마음 씀씀이가 다르다. 그 후로 엄마는 그 모자를 다시는 쓰지 않았다. 먼저 모자에 어울리는 드레스가 있어야 한다는 핑계로… 그러나 프란츠는 기특하게도 다시 드레스 만들 궁리를 한다.

작은 꼬마가 펼치는 귀여우면서도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재미있다. 처음에는 성역할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을 하더니 나중에는 결국 가족의 사랑이야기였다. 뭐 어쨌거나 성장해 가는 과정을 유쾌하고 발랄하게 그려내고 있다.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의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주제가 무겁지도 않다. 표지 그림이 그 문제의 모자인데 멋있기만 하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