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 상쾌, 통쾌한 책이다

연령 10~11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0년 10월 10일 | 정가 9,000원
수상/추천 교보문고 추천 도서 외 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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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은 지겨워 (보기) 판매가 7,200 (정가 8,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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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 상쾌, 통쾌한 책이다. 아주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어버린 책이기도 하다. 아이의 시각에서 부모의 행동을 관찰하고 평가한 시선도 재미있고 ‘문화’에 대해 아이들이 갖을수도 있는 생각을 잘 표현한 책이다.

겉보기에는 평범하지만 주인공은 자신의 부모가 중독증이 있다고 감히 말한다. 바로 ‘문화 중독중’이라고. 그래서 자기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엄마는 루브르 박물관에 다녔고 태어나자마자 받은 선물은 서양미술 선집 스무 권이라고 한다. 엄마 아빠는 대강 갔다왔다 식의 감상이 아니라 아주 열심히, 천천히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돌아다닌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주인공은 이런 모든 것이 시들하다. 그래서 주인공에게 나름의 행동 규칙이 생겼다. 대리석 바닥인 곳에서는 미끄럼 타기, 왁스 칠한 마룻 바닥에서는 스키, 카펫에서는 달리기, 야외 조각상에서는 재주 넘기 식으로 운동을 하는 곳이 되어 버린다. 얼마나 기발하고 아이다운 행동 규칙인지..그리고 조용해야 하고 어쩌면 엄숙하기까지 한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의 이런 행동은 일탈이다. 아무나 하지 못할 행동이다. 아마 실제로 이런 아이를 만난다면 조용히 하라고 가만히 있으라고 하겠지만 주인공의 심정에 동조를 하게 된다.

우리 부모님도 취미가 돌모으기였다. 수석을 주으러 강바닥이 드러난 곳을 찾아 주말마다 다니시곤 했는데 그 때는 그게 그렇게 싫었다. 그런 곳은 모래가 아니라 자갈이나 큰 돌이 있는 곳이라 걸어다니기도 안 좋고 놀 때도 없었다. 게다가 나무는 왜 하나도 없는지..해가 그냥 내리쪼여서 우리는 괴로워했었다. 이 책을 읽으니까 그 때 생각이 나서 웃음이 난다.

나의 생일 날, 주인공이 마음대로 뭐든지 해도 되는 날, 이 날 귀여운 주인공은 자기 방을 박물관으로 만든다. 관람 시작 시간은 오후 2시. 2시가 될 때까지 다른 때는 주인공이 짓던 뾰로퉁한 표정을 부모님이 흉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문 여는 시간을 기다리는 게 얼마나 지긋지긋한지를 겪어봐야 한다고 말하면서 어른들의 뒤통수를 친다. 정말 동감이다. 정해진 시간 기다리는 일은 정말 싫증나는 일이다.

기대되는 주인공의 박물관..기대이상의 작품이 가득했다. 부모의 그동안의 가르침이 헛되지 않았던걸까? 낡은 이불, 망가진 인형, 주인공의 그림, 운동화, 겉옷…주변에서 흔히 보는 것들이지만 훌륭한 전시품이 된다. 주인공도 부모님도 좋아하고 주인공은 박물관 만드는 일이 재미있다고 한다.

너무 재미있어서 다 읽고 나니 좀 아쉬운 마음이 생긴다. 이렇게 발랄하고 표현력이 뛰어난 아이가 있으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어른들의 딱딱한 생각을 가볍게 뛰어넘는 사랑스러운 아이다.

마티스, 샤갈, 터너 같은 작가들의 이름이 나오고 루브르 박물관, 모나리다 같은 단어가 나와서 아이들이 미술에 대해 호기심을 느낄 수 있어서 좋을 것 같다. 책 뒤에 친절하게 해설도 있어서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