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봉지공주 엘리자베스에게.

연령 7~9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8년 11월 26일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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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봉지공주 엘리자베스에게…
엘리자베스야, 안녕? 난 초등학교 2학년, 그러니까 아홉살이지. 이름은 오유영이고 너처럼 씩씩한 여자야. 지금은 낙엽이 바스락거리고 다람쥐가 도토리를 열심히 모으는 가을이야. 엘리자베스, 난 네가 예쁘진 않지만 군인처럼 용감해서 좋아. 공주는 다 예쁘고 값비싼 장신구만 주렁주렁 단 줄 알았는데 너는 아니구나. 네 성과 옷이 다 탔는데 넌 울지않더구나. 어떻게 종이를 걸칠 생각을 했니? 내가 너였더러면 펑펑 주저앉아 울었을 텐데…… 우리 엄마는 네가 참 머리가 좋고 지혜롭다며 내가 널 좀 닮았으면 좋겠대. 그런데 너희 부모님은 어디에 계시니? 성에는 그동안 네 혼자 살고 있었니? 궁금하다. 큰 성에 네 혼자 있으면 무서울 텐데… 말뼈들이 뒹구는 것을 보고 난 이런 생각을 했어. 나라면 말뼈를 날카롭게 갈아 화살을 만들었을 거야.그 걸 가지고 불을 내뿜는 용을 한 방에 날려버렸을 거야. 난 오늘 네가 나오는 책을 읽고 나만의 책을 만들었어.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려 줄게. 누런 종이봉지로 옷을 만들어 종이에 붙이고 얼굴, 팔, 다리를 그렸어. 그리고 착한 용을 만들어서 네가 타고 다닐 수 있게 만들었어. 근사한 생각이지? 건방진 로널드왕자는 거지로 만들었어.ㅋㅋ
내가 그린 너는 원래의 너보다 예쁘게 그렸어. 왜냐구? 넌 마음이 예쁘니까 예쁘게 그려줘야 할 것 같아서… 또 나 혼자 힘으로 만든 나만의 책이니까. 이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것이거든.
난 로널드왕자에게 화가 났어. 너에게 은혜를 갚아도 모자란데 고마운 줄도 모르고 오히려 화를 내다니! 네가 로널드왕자를 차버린 건 잘 했다고 생각해. 나라면 로널드왕자를 발로 뻥 차서 지구 밖으로 내보냈을 거야. 엘리자베스야, 넌 지금 어디로 가고 있니? 불에 타 버린 성은 어떻게 됐니? 너만의 멋진 성을 지어서 날 빨리 초대해 줘. 그러면 내가 도토리 장신구, 종이봉지로 만든 옷을 선물로 즐게. 기대해! 엘리자베스,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어. 종이봉지 하나만 걸치고 있으면 감기에 걸리거든 외투도 꼭 입어. 알았지? 우리 엄마는 춥다고 내복까지 입으래.ㅋㅋㅋ 나는 더운데…..
그럼 잘 지내고 또 편지 할게.
너에게 사랑을 듬뿍 담아서… 2006.11.10 네 단짝 친구 오유영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