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섬 78번지라 하면,

시리즈 블루픽션 5 | 우리 오를레브 | 옮김 유혜경
연령 13~2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2년 9월 1일 | 정가 12,000원
수상/추천 머더카이 번스타인상 외 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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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섬 78번지라 하면,
사람들은 가장 먼저 무엇을 떠올릴까??
학급문고에서 ‘희망의 섬 78번지’를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내 머리에 스친 단어는 ‘무인도’ 같은 것이었다.
조각이 난듯한 느낌의 책에 무언가에 홀린듯 한,
무언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듯한 소년을 보았다.
무언가를 그리워 하는 듯하면서도 강인함이 두 눈동자에서 묻어나왔다.

책의 첫장인 ‘아빠의 비밀’을 읽으면서
책 표지의’유태인’에 관련된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독일군이 멋대로 유태인을 학살했던 그 잔혹한 시대말이다…
‘유태인’에 관한 내용이라면,
이미 ‘안네의 일기’라는 책에서 먼저 만나보았기 때문에
그들을 둘러싼 ‘독일군’에 관해 잘 알고 있었다.
아마 ‘안네의 일기’에선 결국 모두가 죽어버리는,
비극적인 결말을 내렸다지…
책을 덮어버렸다.
싫었기 때문이다. 너무 슬플 것 같아서..
여기서 나오는 소년 ‘알렉스’ 역시
마지막엔 독일군에게 아무 잘못도 없으면서도 죽음이라는 판결을 받을 것만 같아서였다.

몇개월 전에 내가 잘 알고있는 ‘언니’가 떠난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것도 하루 아침에.. 떠나버린 언니 말이다.
새벽에 갑자기 코피를 흘리더니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코피가 멈추질 않았고
병원에 갔지만 결국 일어나야할 아침에 눈을 뜨지 못했다.
금방이라도 눈을 뜨곤 ‘안녕, 은별아?’ 하고 환하게 웃어줄 것만 같은 그런 언니는
끝내 눈을 뜨지 못했다.
눈커플이 그리도 무겁냐고… 그렇게 계속 잠만 자면 살만 찐다고
그렇게 울부짖는데 언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불속으로 들어갔던.. 그 기억이.. 말이다..

‘희망의 섬 78번지’라는 내용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상관 없었다.
그냥 단지 그 소년이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한껏 펼쳐논 다음
슬퍼할 사람은 생각도 않고 떠나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죽음에 슬퍼할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듯이…,

이렇게 몇주동안 책을 서랍속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곳 그 책의 존재를 잃어버렸고,
아빠께 쓸 편지지를 찾다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두 손으로 아주 조심스럽게 다시 이 책을 꺼내 들었다.
책을 한번 쓱 쓰다듬고 고개를 가볍게 끄덕인 후, 책을 들고 밖을 나섰다.
근처 공원으로 가려는 것이었다.
내가 왜 이렇고있는지는 잘 몰랐지만,
그냥 이 책은 바깥 공기를 느끼며 읽고 싶었다.

약간 어둠이 지고있는 하늘 아래 나무가 지켜주고있는 벤치에 앉아 책을 읽었다.
그리고 ‘희망의 섬 78번지’라는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알렉스는 스노우라는 작은 생쥐와 함께 78번지로 도망을 쳤다.
그의 아빠와 잘 알고있는 할아버지를 뒤로 남겨둔 채,
실제 무게는 별로 나가지 않겠지만,
그때 그 소년에겐 커다란 돌덩의 무게였을 듯한 ‘권총’과 함께 말이다.
무너질듯 위태로운 78번지에서 소년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소년은 곧 소년이있는 곳인 78번지로 가겠다는 아빠의 말을 믿고,
그곳에서 생활을 시작하였다.
일주일이고 한달이고 일년이고 오로지 자신의 아빠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소년의 행동들은 ‘아..!!’하고 입에서 저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로 용기 있었다.
나로선 꿈도 못꿀듯한 그런 용기 말이다.
소년은 혼자 사다리도 만들고, 이곳 저곳에서 음식도 찾아냈다.
과연 내가 이 소년이었다면 나는 어떻게 하였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역시 내가 이 소년이라면 난 독일군에게 총살은 면하고 싶다는 생각에
온종일 그 지하창고에서 머물렀을 것이다.
바깥 세상은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을 것이기에,
그런 잔인한 세상을 온 몸으로 느끼는 것보다 그냥 그 자리에서 아무것도 보지 않은채
조금씩 죽음을 가까이하는 것이 더 낳다고 생각할 ‘나’일 것이기 때문이다.

소년이 밖을 나갈 때마다 내 심장 소리도 알렉스의 심장소리와 같은 박자를 냈다.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면 안도의 한숨조차 가슴 속으로 쉬었다.
그렇면서 소년은 점점 그 생활에 익숙해 지면서
위층으로 올라갈 사다리도 만들었고 결국 위층 저장 창고에서
창문과 통풍구를 이용하여 사람들의 풍경을 혼자서만 볼 수 있는 특권도 누릴 수 있었다.
물론 때로는 아주 조심조심 창 밖을 내다보아야 하긴 했지만 말이다..

곧 독일군사에게 사형 선고를 받으려는 같은 유태인 어른 두명을 78번지에서 만날 수 있었고,
소년은 그 권총으로 한 사람을 죽이고 두 사람을 살려내는 가슴 떨린 일도 겪었다.
그 중 한명의 부상으로 목숨을 걸고 의사를 찾아 집을 나섰고,
그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짧고 강렬한 사랑도 했다.

비록 소년은 자유로이 거리를 돌아다닐 수는 없었지만,
마음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세상을 바라보고,
끝내 헤어져야 했지만 아름다웠던 사랑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소년은 마지막으로 그동안의 노력으로 아빠를 만나는 행복까지 누렸다.
아빠와의 만남에 ‘아, 얼마나 행복한 유태인인가?’ 하는 농담도 할 수 있을정도로 안심이 되었다.
‘안네의 일기’에서 처럼 결국에 모두가 죽음을 기다리는 그 순간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슬픔을 겪지 않아도 되었다.

‘희망의 섬 78번지’는 그냥 단순한 제목이 아니었다.
소년이 그곳에서 ‘기다릴’수 있었기 때문에,
아빠가 곧 그리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끝까지 살아갈 ‘용기’가 있었기 때문에,
이 모든것이 있었기 때문에 희망의 섬 78번지라는 곳이 존재할 수 있었고,
소년도 끝내 아빠를 만날 수 있는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만일 소년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여 독일군에게 살해되었다면
아빠가 돌아오리란 ‘희망’또한 없었다면 이 모든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책의 제목에 ‘희망의 섬’이라는 문구가 붙는 것조차…

하늘에 검게 물드는 모습을 보았다.
가슴 깊은 곳 어디선가 감춰진 ‘희망’이란 단어가 싹을 티우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