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보니까 중학교 땐가 어느 책에서 본 게 기억난다. 일요일의 아이는, 월요일의 아이는…이렇게 나가는 것인데 각 요일에 어떤 말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엄마 거위의 노래라고 했었던것 같은데 그 책 제목은 뭐였더라? 그것 조차도 까막득하니…이럴 때는 내가 너무 한심하게 생각된다. 하지만 이건 기억한다. 내가 목요일의 아이라는 걸 알아냈다는 것.
일요일의 아이, 일요일에 태어난 아이는 늘 행운이 따른다고 책에 나온다. 주인공 여자 아이가 바로 일요일에 태어난 아이다. 그런데 이 아이는 자기가 운이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 하면 고아원에서 살고 있고 다른 아이들한테는 다 있는 주말 부모가 저기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의 고아원에도 주말 부모라는 제도가 있을까? 그게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어보면 답이 나온다. 도움이 된다. 엄청 많이. 주말 부모 덕분에 주인공은 진짜 부모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주말 부모를 하다가 정이 들어서 부모, 자식으로 맺어지는 일도 많을 것 같다.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는 일이다.
주인공 나는 오랫동안 주말 부모가 없다가 울라 아줌마라는 주말 엄마( 울라 아줌마는 결혼을 하지 않았다 )를 만나게 된다. 비록 혼자 상상하던 야간 통통하고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의 엄마는 아니지만 울라 아줌마는 아주 좋은 사람이다.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주인공을 따뜻하게, 사랑으로 대한다. 둘이서 호수에 놀러도 가고 아줌마 집에서 코코아를 마시기도 하면서 둘은 점점 친밀한 감정 이상의 감정을 갖게 된다. 정을 쌓은 것이다.
주인공은 그다지 예쁜 외모도 아니고 공부를 뛰어나게 잘 하는 것 같지도 않고 성격이 무난하지도 않다. 하지만 재미있는 생각도, 엉뚱한 상상도 곧잘 한다. 이런 점이 울라 아줌마와 통한 것 같다. 아줌마도 보통의 어른들보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격식에 얽매이거나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생활하는 사람이고 특히, 아이들을 위한 책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둘이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을 보면 막상막하의 상상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울라 아줌마에게는 남자 친구가 있는데 크리스티안이다. 주인공은 그 아저씨가 방해꾼이라고 생각하지만 틀렸다. 이 아저씨도 주인공을 아주 좋아하고 울라 아줌마와 결혼해서 양아버지가 될 예정이다.
모든 것이 다 좋다. 주인공은 행운이 따른다는 일요일의 아이가 틀림없다. 좋은 엄마, 아빠가 생겼고 고아원에서 나가서 살게 되기 때문이다.
고아원이 아주 좋지 않게 묘사되지도 않았는데 주인공은 그 곳에서 살기를 싫어한다. 당연한 일이다.거기에는 엄마 아빠도, 형제도 없기 때문이다. 보모 선생님이 있지만 많은 아이들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사랑에 목마르고 자기만의 공간도 부족하다. 사람은 나이가 많건 적건, 덩치가 크건 작건 관계없이 자기만의 공간이 있어야 한다. 사랑이 가득찬 공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그땐 일요일이 정말 지루하고 시시했다. 가늘고 긴 일요일…지금은 일요일이 굵고 통통하다. 지금 내 일요일은 속이 꽉 찼다. 주머니마다 뭔가 불룩하게 든 외투 같다. 내 일요일은 주머니가 아주 많다. 그 주머니들에는 즐겁거나 재미있거나 깜짝 놀랄 만한 일들이 가득 들어 있다…”
주인공이 울라 아줌마와 일요일을 보내고 생각한 말이다.
매일매일이 이렇게 굵고 통통한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