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털이 멋있게 난 아저씨에게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30 | 글, 그림 사노 요코 | 옮김 김난주
연령 4~6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6년 5월 25일 | 정가 12,000원

콧털이 멋있게 난 아저씨에게는 까맣고 가늘고 반짝반짝 빛나는 아주 멋진 우산이 있었어요. 아저씨는 멋있게 생긴 우산이 아주 맘에 들었답니다.

그래서 외출할 때면 우산을 가지고 나갔어요. 비가 오지 않는 날도 말이죠.

아저씨에게 우산은 자랑거리였거든요. 아저씨는 우산을 펼치지도 않고 조심히 들고만 다녔어요. 소중한 우산이니까 망가질까, 흠집이라도 날까 너무 걱정이었거든요.

맑은 하늘이 점점 어두워졌어요. 어!! 비가 오네요. 다행이네요.

아저씨한테는 우산이 있잖아요. 그러데 이게 무슨 일이예요.

아저씨는 비를 피하기 위해 나무 밑에 숨네요. 우산이 비에 젖을까 품에 꼬옥 안고요.

왜 우산을 안쓸까요? 이래서 어떻게 집으로 가지요? 저기 우산 쓰고 걸어오는 다른 아저씨의 우산 속으로 들어간 아저씨는 우산을 같이 쓰자고 합니다. 자신의 우산은 가슴에 꼭 끌어안고 말이죠. 우산을 씌어준 아저씨는 어리둥절 해졌어요. 그렇죠. 이건 누가봐도 이상한 일이었어요.

비가 막 쏟아지는 날이었어요. 아저씨에게는 아주 좋은 날이잖아요. 우산을 자랑할 수 있으니까요. 저번 일은 무언가 사정이 있었을 거예요. 그쵸? 아저씨가 우산을 쓰는 모습을 지켜볼까요? 아니, 아저씨는 우산을 걸어놓고 쇼파에 앉아 있기만 하네요. 창문으로 비 오는 것만 구경하면서요. 그때 걸어가던 사람의 우산이 바람에 날려 가는 것을 본 아저씨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행이다며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나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했어요.

우리 아저씨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저씨만 우산을 보며 행복해하면 안되잖아요. 우산도 행복해야하는데 아저씨는 우산의 행복은 잊고 있어요. 어느 비오는 날, 그날도 아저씨는 우산을 가슴에 안고는 벤치에 앉아있었어요. 비를 맞으면서요. 그 때 아저씨는 우산을 쓴 아이들이 지나가는 소리를 들었어요. ‘비가 오면 퐁포로롱 비가오면 핏짱짱.’ 노래를 부르며 오는 아이들을 보며 아저씨는 궁금했어요. 우산에서 저렇게 퐁포로롱 핏짱짱 소리가 날지 궁금해졌어요. 이제 아저씨는 우산을 필까요? 아니면 계속 가슴에 안고 있다가 녹이 슬게 할까요?

여러분도 그런 경험 있죠? 아저씨가 우산을 너무 사랑해서 그런 것처럼 말예요. 그런 경험들 한번씩 다 있잖아요. 너무 좋아하는 옷이어서, 장난감이어서 꽁꽁 숨겨두고 보기만 하느라 결국 옷은 작아지고, 장난감은 갖고 놀지 못하고 상자 제일 밑에 있었던 기억 다 있잖아요. 옷은 입어야 더 행복해지고, 장난감은 갖고 놀아야 더 행복해지는 건데 말이예요. 아저씨는 그것을 모르네요. 아저씨가 그 경험을 해보면 참 좋을텐데, 아저씨 우산을 피는 날 함께 우산을 쓰고는 빙빙 돌려봐야겠어요.

너무 소중해서, 보는 것만도 아까워서 상자에 넣어둔 물건 없으세요? 오늘은 한번 꺼내보는 것은 어떨까요? 내 행복만이 아니라 그 소중한 물건의 행복도 헤아려 주는 것이 진짜 주인의 모습 아닐까요? 자신의 보물과 함께 하는 것만큼 행복한 건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