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어두운 게, 깜깜

연령 4~6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7년 12월 10일 | 정가 8,500원
수상/추천 케이트 그리너웨이상 외 2건

어릴 때는 어두운 게, 깜깜한 것이 참 무섭다. 게다가 잠까지 오지 않는 밤이란 공포, 그 자체다. 그런 아이들의 여린 마음을 따뜻한 이불처럼 감싸안은 책이다. 배경은 눈이 쌓인 겨울 숲이지만, 아주 포근한 엄마 품이 느껴지는 책이다.

잠이 오지 않아서 구르기도 하고 침대 위에 덩그러니 앉아 있기도 하는 작은 곰이 참 귀엽다. 잠이 안 와서 얼마나 괴로울까 싶기도 하고…아이들이 잠이 안 온다고 칭얼거릴 때가 생각나게 한다. 고지식한 우리 큰 딸래미는 9시면 잠을 자는데, 어느 날은 도저히 잠이 오지 않는다고 깨어 있을때가 있다. 그럼 그 때부터 난리가 난다. “9시가 넘었는데도 잠이 안 와. 엄마, 어떻게~”이러면서…이럴 때는 시계 보는 법을 가르쳐 준 친정 엄마까지도 원망스러워진다. 성격도 참 특이하지…더 놀아도 된다고 해도 9시니까 자야된다고 하니…진짜 고지식이다. 요즘은 많이 나아져서 10시까지도 동생이랑 놀기도 해서 마음이 편하다. 이래서 형제가 있어야 한다고 하는 것 같다. 혼자여서 심심해 하는 걸 보는 게 마음이 아팠는데 요즘은 둘이서 노는 걸 보면 마음이 뿌듯하다.

어둠이 무섭다면서 잠을 안 자는 작은 곰에게 큰 곰은 등잔을 가져다 주지만 여전히 캄캄한 밖이 너무 무섭다고 한다. 큰 곰은 읽고 있던 책을 내려놓고 작은 곰과 함께 밖으로 나간다. 큰 곰과 작은 곰의 집이 밝고 따뜻하고 아늑한 것과 대조되게 밖은 차갑고 푸른색과 회색의 세상이다. 무섭다는 작은 곰에게 큰 곰은 어둠 속을 잘 보라고 말한다. 거기에는 노랗고 환한 달과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이 있었다. 그림이 너무 아름답다. 겨울을 좋아하는 내가 너무 좋아하는 푸른색과 흰색의 나라다. ㅏㄱ은 곰도 더이상 캄캄한 어둠을 무서워하지 않았을 것 같다. 거기에는 아름다운 밤 세계가 펼쳐져있다는 것을 알았을 테니까.

잠이 오지 않는다는 작은 곰에게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다정하게 배려하는 큰 곰의 태도가 멋있다. 나도 그래야 하는데 피곤한 날은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게 된다. 내가 어릴 때 우리 엄마는 우리가 잠을 안 자면 “합죽이가 됩시다, 합!” 을 시켰었다. 입 꼭 다물고 얼른 자라는 신호인 거다. 나도 오랜만에 엄마 흉내를 내서 딸아이에게 어린 내가 하던 걸 시켜봐야 겠다.

큰 곰이 작은 곰을 안고 벽난로 옆에서 책을 읽다가 잠이 드는 그림이 참 평화스럽다. 잠이 안 와서 서성거릴 때 읽으면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