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수학을 무지 싫어하던

연령 6~13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9년 10월 1일 | 정가 8,000원
수상/추천 데이비드 맥코드 문학상 외 9건

과학과 수학을 무지 싫어하던 나는 태어나길 문과 태생이라고 말해왔었는데, 이 책을 읽고는 그 생각이 바뀌었다. 과학을 이렇게 재미있게 접근하는 방법이 있다는 게 놀랍고 내가 어릴 때는 왜 이런 책이 소개되지 않았었는지 원망스럽다. 더 일찍 알았다면 수학이나 과학을 공부하는 게 더 쉬웠을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은 복도 많다.

이 책은 신기한 스쿨 버스 시리즈 중에서 “물방울이 되어 정수장에 갇히다”인데 딱딱할 것이라는, 재미없을 것이라는 내 예상을 무참히 깨버렸다. 신기한 스쿨 버스 소문이야 익히 들어봤지만 직접 읽어 보니 진짜 칭찬하고 싶어진다.

첫 페이지부터 예사롭지 않다. 곱슬머리에 현란한 무늬의 옷을 입는 프리즐 선생님 때문이다. 이구아나, 애벌레, 문어, 물고기 등의 그림이 그려있는 옷을 즐겨 입는 선생님은 과학을 아주 좋아하는 것 같다. 아이들은 숙제가 많아서 괴로워하지만 선생님 덕분에 신기한 여행을 하게 되니까 감사해야 할 것 같다. 역시 훌륭한 제자에게는 위대하고 남다른 스승이 있기 마련이다.

아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스쿨 버스를 타고 여행 한 것은 물의 순환과 같은 코스다. 그 과정을 딱딱하고 지루하게 이론만 나열하지 않고 재미있는 그림과 함께 군더더기 없이 설명하고 있어서 머리에 콕콕 와서 박히는 것 같다. 아이들과 선생님의 옷이 어느 순간 잠수복으로 바뀐 것도 재치있고, 구름 위에 있던 아이들이 하나하나 커다란 물방울이 되어 떨어지는 것도 재미있다. 여행의 출발점을 구름으로 정한 것도 탁월한 선택이다. 아이들은 구름을 궁금하게 생각하고 그 위에 올라가고 싶다는 소망을 갖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을 출발점으로 택한 셈이니 반은 성공하고 들어가는 것이다.

페이지 옆에 노랑색 공책에 쓰여 있는 것들도 도움이 돼서 읽기 편하다. 모르는 낱말을 공부하게 돼서 좋고, 호기심도 느낄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저수지를 지나서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과정은 상상하지 않은 일이라서 신선했다. 상수도 파이프를 통해, 학교의 수고 꼭지에서 아이들이 나오는 게 재미있다. 이렇게 기발한 상상력으로 도배를 했으니 나같은 과학의 비관심론자도 즐거이 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얼마나 더 좋아할까?

마지막에는 지금까지 여행한 것을 그림으로 표현해놓아서 다시 정리할 수 있다. 마지막까지 친절하다. 공부한다는 의식없이 공부를 하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다음번에는 ‘지구와 화산’에 대애 공부하겠다는 프리즐 선생님 말씀에 아이들이 불안해졌다고 하는데 나는 잔뜩 기대가 된다. 다음에는 얼마나 더 재미있게 나를 놀래킬까? 과학은 호기심으로 출발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