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화가 치미는 일을 경험할 때도 있고 아무 일도 없이 평화로운 하루를 보낼 때도 있다. 그건 상황이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내몸이 아프거나 다른 일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아져 있으면 평소에는 그냥 지나갈 일에도 신경이 곤두서기 때문이다. 언제나 마음이 평온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건 마음의 수양을 닦아야 되는 일인가? 싸움, 다툼으로 인한 소모는 사람을 더 지치게 하고 힘이 들게 한다.
싸움을 하는 두 나라 사이의 계곡에 감자밭을 일구며 사는 소박한 아주머니가 있다. 아주머니에게는 두 아들이 있는데 아이들은 전쟁을 하는 것도 모른다. 아주머니가 집 주변에 울타리를 둘렀기 때문이다. 바깥에서는 싸움이 한참이지만 이 가족은 아무 것도 모르고 평화롭게 지낸다.
그런데 그놈의 호기심이 언제나 말썽이다. 두 아들 모두 지나가는 양 쪽 나라의 군복이나 훈장, 번쩍이는 무기같은 것에 마음이 빠져 군인이 되겠다고 집을 나가 버린 것이다. 말리는 어머니를 뿌리치고서…
젊은이는 애송이다. 물론 젊은 사람들은 인정할 수 없겠지만 그게 사실이다. 젊어서 좋은 점도 물론 많겠지만 경험을 충분히 한, 백전노장들 앞에서는 그들의 말을 듣는 것이 좋다. 두 아들도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그냥 집에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뭐에 홀리듯 나갔다가 배고프고 헐벗은 상태로 돌아와 어머니에게 감자를 나누어 달라고 한다.
몸에 훈장을 아무리 많이 달았어도, 이름 앞에 명예가 따라다녔어도 마음은 늘 쫓기듯 불안했을 것이다. 그 두 아들에게 평화를 찾아준 것은 돈도, 명예도 아니다. 그건 그들 어머니의 힘이다. 둘이서 싸움을 하는 동안에도 어머니는 묵묵히, 절망 속에서 감자를 가꾸고 살았다. 마치 이런 때를 예견이라도 한 듯이 양 쪽 군인들에게 배고픔을 면하게 해주고 그들을 고향으로, 어머니의 품으로 돌려 보낸다. 싸움을 하는 동안 무표정하던 군인들의 얼굴에 표정이 생긴다. 책의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은 많이 다르다. 첫부분이 딱딱하고 페쇄적이고 칙칙한, 건조한 사막같은 분위기라면 마지막은 따뜻하고 포근하고 아늑하다.
어머니의 넉넉함과 사랑의 힘을 글과 그림으로 잘 표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투박하지만 진실한 힘을 갖고 있는 감자밭을 일구는 어머니의 그림이 힘이 있어 보인다. 기대고 싶은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