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어둠을 무서워하는

연령 8~11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0년 11월 25일 | 정가 10,000원
구매하기
그림자 동물 (보기) 판매가 9,000 (정가 10,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10%↓ + 3%P + 2%P)
구매

어릴 때 어둠을 무서워하는 건 어떤 아이든 마찮가지겠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그 두려움을 친구로 만들어 버린 용감한 아이다. 나도 어릴 때 잠을 자다가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깨었는데 도무지 침대 밖으로 나가지지 않아서 한참을 앉아 있다가 간 기억이 난다. 겨우 간 화장실 안에서 볼 일을 다 보고 밖의 캄캄함이 무서워서 나오지도 못하고 불켜진 화장실 변기 위에 앉아서 졸고 있다가 나왔던 추억이 있다. 이 책의 아이가 어둠을 친구로 만드는 방법이 아주 신기하게 보인다. 우리 딸도 제법 겁쟁이라서 나중에 이 책을 읽으면 좋아할 것 같다.

그림자 동물은 침대 밑에 사는데 낮에는 움츠려 있다가 밤이 되면 나와서 돌아다닌다고 아이는 생각한다. 아빠가 손전등을 사주시고 아이는 두려워하던 그림자 동물과 친구가 되기로 한다. 양철통에 그림자 동물을 넣어서 갖고 다니다가 누렁이라는 개를 만나서 그 개를 물리치라고 양철통을 열어 주는 부분은 아이다운 천진함이 느껴진다.

그런데 전쟁이 터지면서 아이의 아빠가 전쟁에 나가서 돌아가신다. 아이에게는 여동생이 생기고 여전히 그림자 동물을 아이 옆에서 언제나 든든하게 아이를 지켜주고 있다. 아이는 모든 것을 그림자 동물과 같이 한다. ‘함께’하는 것의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아이도 함께하는, 그 힘으로 더 강해지고 나날이 성숙한 아이로 자란다.

그림자 동물과 동굴에 갔다가 우연히 은행 강도를 보게 되고 은행강도를 잡는 일까지 하면서 아이와 엄마는 신문에도 실리고 경찰서에도 초대받는다. 아이는 그림자 동물이 옆에 없었다면 동굴에는 가지 못했을 거라고 말한다. 언제 어디든 그림자처럼 같이 움직이는 그림자 동물은 아이에게는 정말 큰 힘이다.

그런데 바닷가에서 만난 전쟁 때 아빠와 같이 있었다는 쉴로모 아저씨에 대해서는 그림자 동물과 의견이 달랐다. 그림자 동물을 아빠한테 한 번도 보내지 않은 것이다. 그 아저씨 이야기를 할까봐 싫어서. 하지만 그림자 동물은 아빠한테 갔다오겠다고 하고…결국은 아빠한테 갔다와서 그림자 동물과 아이 모두 마음이 편안해진다. 아빠는 그 아저씨가 아빠 대신 수영도 가르쳐 주고 자전거 타기도 가르쳐 주는 게 좋다고 하셨다. 아이는 아빠의 꿈을 꾼다.

아이는 조용하게 “내가 어른이 되어도 그림자 동물은 곁에 있을 것 같다. 나처럼 어둠을 무서워하는 아이를 낳게 되면 빌려 줄 것이다” 라고 말한다. 아마 겁이 많은 아이가 나올 것 같다. 우리집도 나를 닮아서 겁이 많은 아이가 태어난 걸 보면…

환상과 현실을 잘 섞어서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었다. 어릴 때 밤마다 나를 두렵게 만든 어둠을 다시 떠오르게 한 책이다. 화장실 사건은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이 책 덕분에 다시 생각났다. 우리 아이한테는 말하지 않을 거다. 나를 겁쟁이라고 놀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