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하고 있는 곰의 뒷모습과

연령 9~1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7년 3월 15일 | 정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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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하고 있는 곰의 뒷모습과 제목이 어쩐지 맞지 않는 것 같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고개를 끄덕이데 된다. 곰인데 곰이 아니라고 하면 어떻게 그걸 증명해야 하는 걸까? 답답할 노릇이다. 이렇게 답답할 때는 시간이 약이 되는 건가?

겨울이 오기 전에 겨울잠을 자러 굴에 들어 간 곰 아쩌씨가 나오는 부분까지는 여느 동화책과 다름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곰 아저씨가 겨울잠에 빠지고 난 다음부터다. 사람들이 숲에 몰려와서 나무를 베어버리고 공장을 세운 것이다.

곰 아저씨가 깨어보니 숲이 아니라 공장이 되어 버린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멍한데 공장 감독관은 게으른 일꾼이 곰가죽을 덮어 쓰고 있다고 질채까지 하니 미칠 노릇이다. 곰 아저씨는 사장까지 만나게 되는데 여지껏 곰 아저씨의 말을 안 들어주던 다른 사람들과 달리 할 일이 없고 시간이 많아 보이는 사장은 다 들어준다. 그러고도 결론은 ‘니가 곰이라면 곰이라는 것을 증명해라’라고 내린다. 곰이라는 걸 어떻게 증명할까 궁금했는데 세상이 곰 아저씨편이 아니다. 동물원에 있는 다른 곰들도, 서커스단에 있는 곰들도 모두 곰 아저씨가 진짜 곰이 아니라고 한다. 진짜 곰은 동물원이나 서커스단에만 있다고..

작가는 충분히 인간들의 폭력을 비난하고 있다. 숲을 밀어내고 공장을 세운 것, 곰이 동물원이나 서크스단에 있어야 진짜라는 것들은 작가의 비아냥거림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말 이런 일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큰 일이다. 동.식물의 자리를, 영역을 자꾸 침범하면서 인간들은 자기 이익만 채우고 있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의 이기심을 들여다 봐야 한다. 무엇이 발전이고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 꼼꼼하게 따져 보고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길을 찾았으면 좋겠다.

결국 공장에서 해고 당한 곰 아저씨는 신이 나서 공장을 나온다. 그리고 다시 겨울 잠을 자러 숲으로 들어간다. 다음에 깨어났을 때는 그런 황당한 일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일은 한 번으로 족하다.

내가 나임을 증명하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간과 자연, 개발의 양면을 보여주는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