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작가님들이 쓰고 그린

시리즈 비룡소 창작 그림책 16 | 글, 그림 정순희
연령 4~6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6년 4월 20일 | 정가 14,000원
수상/추천 황금도깨비상 외 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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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날 (보기) 판매가 12,600 (정가 14,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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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작가님들이 쓰고 그린 책을 만나면, 멀리서 찾아와 준 오랜 지기를 만날 때만큼이나 가슴이 설레입니다.
우리의 일상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다 아무도 몰래 살짝 옮겨 놓은 듯한 친근함이 있어 행복합니다.
간혹 만나게 되는 낯선 정서의 외국 그림책에서 받은 당혹감을, 한여름의 더위를 식혀 주는 정자나무처럼 시원스레 날려주기에 사랑스럽습니다.
그러한 따스함과 편안함을 지닌 책, 바람 부는 날.

[바람이 휘익 불어 와요.
나뭇잎이 후두둑 떨어져요.

모래가 날려 얼굴을 때려요.
바람이 점점 더 세게 불어요.]

글말도 참 예쁘네요.
그러면서도 한 눈에 상황을 알 수 있게 풀어놓았지요.
요란하지 않은 색감으로 예쁜 글말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그림은 또 얼마나 좋은지요?
열심히 혼자 읽기를 하려는 아이가 구지 글자를 보지 않더라도 내용을 알 수 있겠네요.

엄마와 함께 만든 연이 바람에 날려 가자 연을 쫓는 아이의 마음은 또 얼마나 조급했을까요?
그런 아이의 마음을 [연이 저만치 담장 쪽으로 날아가요. 빨리 따라가 잡아야지.] 하는 것으로, 또 바람을 안고서 종종 거리며 뛰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으로 보여지네요.

나뭇잎을 날리고, 할아버지의 모자도 날리던 바람은, 연을 나뭇가지에 팔랑팔랑 걸어 두네요.
어지러워 하며 연을 잡으러 간 아이의 마음도 모른채, 바람은 또다시 연을 데리고 길을 떠납니다.
잠시 쉬는 연을 주워서는 휙 던져버리는 얄미운 오빠처럼, 바람은 다시금 연을 데리고 다니다 결국은 웅덩이에 떨어뜨려 놓습니다.

[ 물에 젖어서 축 늘어진 내 연.
물이 뚝뚝 떨어지네.

그래, 맞아!
조심조심...... ]

행여 다시 만난 연이 망가질까 조심스러운 아이, 그러나 이제는 손에 들어온 연이 너무도 기쁜 아이의 환한 미소를 보며 저도, 아이도 함께 미소 짓습니다.

그토록 애태운 바람인데도, 잘 말려줄 것이라며 다시한 번 연을 맡기네요.
아무리 화를 내고 밀어내려 해도 어느새 가슴을 파고 드는 우리 아이처럼 말이지요.^^

바람 부는 날.
이 책은 반가운 마음으로 시작하여, 입가에 잔잔히 미소가 피어 오르게 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짓네요.
좋은 우리 책을 만나서 아이와 저는 무척 행복했습니다.
그 행복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