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의 그림이 주는 소박한

연령 4~6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7년 1월 30일 | 정가 8,000원
수상/추천 칼데콧상 외 2건

흑백의 그림이 주는 소박한 희망, 봄을 찾는 기쁨.

아직 이른 봄이라, 겨울 기운이 채 가시지 않아, 찬 바람이 불고, 마음도 얼어붙었을 때
밖을 거닐다가, 길바닥에 피어 있는 봄꽃을 찾아낸 기쁨 맛 본 적 있으세요?
그래서 ‘아 봄이 벌써 이만큼 와 있었구나’ 느끼게 해주는 작은 꽃 한송이.
작은 꽃에 담겨 있는 희망을 느껴본 적 있으세요.
‘코를 킁킁’ 이 책에는 이렇듯 소박한 기쁨과 희망이 담겨 있답니다.

흑백으로 표현된 그림책을 보면, 작가가 무슨 마음으로 이렇게 흑백의 그림을 그렸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흑백으로 된 그림이라서 더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 반가운 책을 만나기도 합니다.

평소에 흑백으로 그린 그림책을 관심있게 보곤 하는데, 이 책 ‘코를 킁킁’은 흑백의 그림이 주는 상상력과, 여운을 잘 살려 오랫동안 제마음에 남는 책이 되었습니다.
흑백의 그림이 아니었다면 마지막에 노란 꽃을 찾아내는 기쁨이 이만큼 크게 와 닿지는 않았을테니까요. 더구나 ‘코를 킁킁’은 큰 아이가 막 말을 하기 시작할 무렵에 너무 재미있어하며 본 책이라 더 잊지 못하는 책이 되었습니다.
동물들의 겨울잠과 깨어남을 흑백으로 표현한 그림은 책을 읽는 동안 눈과 마음을 모으게 하고,

설명이 없는 짧은 글과 섬세한 그림은, 다음장에 무슨 일이 날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게 하지요.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동물들과 한마음이 되어 나도 겨울잠에서 깨어나, 코를 킁킁 거리며 달리게 되고, 드디어 봄꽃을 찾아내는 그 기쁨도 함께 느끼게 됩니다.

하얀눈이 소복 소복 내리는 날 겨울잠을 자다 깨어나는 동물들의 모습을 어쩌면 이렇게 잘 표현했을까요?
겨울잠을 자는 모습이 저마다 다른데 그 모양새를 아주 섬세하고 잘 그려 놓았습니다. 흑백의 그림이라 읽는 사람은 눈과 마음을 모아서 더 자세히 살피게 되니 동물들의 생김새와 표정이 더 생생하게 와 닿습니다.

그런데 저마다 겨울잠을 자고 있는 동물들이 갑자기 눈을 뜹니다.
무슨 일일까요?
겨울잠에서 일어나 눈을 뜨는 동물들의 표정이 너무나 재미있고 살아있습니다.
아직은 더 자고 싶은데 무슨 일이지? 하는 표정으로 겨우 눈을 뜨는 동물들이 갑자기 달리기 시작합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다람쥐도, 곰도, 달팽이들도 모두 다 달리기 시작하는 걸까요?

코를 킁킁 거리며 다람쥐도 줄을 이어 달리고, 곰도, 들쥐들도, 마르모토들도, 달팽이도 모두 줄을 이어 달립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모두 코를 킁킁’ 이라는 말이 너무 재미있는지 책을 읽는 동안 우리집 아이들은 이 말을 계속 따라 했습니다. ‘코를 킁킁’이라는 말은 눈이 아니라 코로, 냄새로 봄꽃을 찾아내는 동물들의 특징을 참 잘 나타내고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이 말이 이 책의 제목으로 되었나 봅니다.
그런데 코를 킁킁 거리며 줄이 이어 달리던 동물들이 갑자기 멈추고 모두 웃습니다.
그리고 모두 신나게 춤을 추며 말합니다.
‘눈 속에서 이런 예쁜 꽃이 피어나다니’

정말 눈 속에서 어떻게 이런 꽃이 피었을까요?
봄이 오는 냄새는 동물들의 겨울잠도 막지 못할만큼 강렬한 것인가봅니다.
추운 겨울 지내고, 봄을 기다리는 마음, 봄꽃을 발견하는 동물들의 기쁨이 너무나 생생하게 와 닿아 추운 겨울을 지나는 사람들의 마음에 따스한 희망이 전해질 것만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