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표정의 토끼의 두 귀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114 | 글, 그림 클로드 부종 | 옮김 이경혜
연령 5~8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4년 2월 27일 | 정가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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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표정의 토끼의 두 귀를 잡고 빨간색의 여우가 미소 짓고 있습니다.
과연 그 둘에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어느 컴컴한 밤, 여우 한 마리가 아기 토끼를 안고 자기 집으로 줄행랑을 칩니다.
아기 토끼가 없어진 것을 안 엄마 토끼는 비명을 지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은 모든 엄마가 경계하는 일일테니까요.
엄마 토끼는 아기 토끼를 찾아 온 사방을 돌아다닙니다.
그런데도 아기 토끼는 보이지 않죠.
엄마 토끼는 이웃인 생쥐, 다람쥐, 오리에게 아기 토끼 자노를 보지 않았냐고 묻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각기 자신을 쫓는 무시무시한 새, 자신을 물려고 쫓아다니는 누렇고 커다란 개, 자신에게 덤벼드는 번쩍거리는 눈동자들과 뾰족한 이빨들만 보았다고 합니다.
엄마 토끼는 엉엉 울면서 집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지요.
그런데, 도대체 여우는 아기 토끼를 왜 데리고 간 것일까요?
아하~~.
바로 아기 여우에게 공부시킬 견본이 필요했던 거군요.
엄마 여우의 교육열이 대단하지 않나요?
아기 여우의 토끼 공부를 위해 컴컴한 밤에 토끼를 도둑질까지 해오는 것을 보면요.
여우계의 맹모격인 엄마 여우는 아기 여우에게 토끼는 배를 채울 수 있는 데다가 맛있기까지 하다고 교육시킵니다.
그리고는 토끼 귀 잡는 연습이라는 숙제까지 내어줍니다.
물론 아기 여우는 엄마가 내어주신 숙제를 아주 열심히 하지요.
그런데 그것이 잘 되지 않아서 애꿎은 우리 아기 토끼만 땅바닥에 털퍼덕 떨어지고 맙니다.
아기 토끼 자노의 귀가 미끌미끌한 까닭이었지요.
아기 여우가 낙심한 사이, 자노가 도망쳐 달립니다.
아기 여우는 잡으려고 쫓아가구요.
어~ 그런데.
아기 토끼의 생존이 달린 달리기가 아기 토끼와 아기 여우의 잡기 놀이가 되어버렸네요.
아이들의 엉뚱함이란…^^
둘은 그렇게 놀이로 친해져 버렸고, 어느새 어깨 동무까지 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당연히 엄마 여우는 질색을 하지요.
그리고는 다음 날이면 토끼를 와작와작 씹어 먹어야 한다고 말하지요.
웬지 잠이 오지 않는 아기 여우.
엄마한테 혼날 일은 생각지도 않고 아기 토끼를 풀어주고 맙니다.
아기 여우의 행동에 깜짝 놀란 자노와 자노의 무사귀환에 더욱 깜짝 놀란 엄마 토끼.
기적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네요.
그렇게 책이 끝나버렸다면 조금 싱거웠겠지요?
역시나 클로드 부종님은 한 장면을 더 넣으셨습니다.
한밤중에 들판에서 팔딱팔딱 뛰면서 정신없이 노는 그림자 두 개를 말이지요.
하나는 토끼 같고, 또 하나는 여우 같은 그림자 두 개는 너무도 즐거워 보입니다.

책을 덮으며 푸하하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답니다.
클로드 부종님은 어쩜 이리도 재미있고, 기발한 생각을 하셨을까요?
또 어쩜 이리도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가리는 엄마와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아이들의 순수함을 잘 묘사하셨을까요?
어른들의 시각에선 적과의 동침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아기 여우와 아기 토끼의 친분 관계.
이 다음에 아이가 제가 피했으면 하는 아이와 친구가 되겠다고 한다면 어찌 해야 할까를 미리 생각하게 하네요.
그렇게 저는 또 하나의 숙제를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