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의 굳은 마음을 움직이는 비오는 날의 노랫소리

아저씨는 참 웃기다.

비가 오면 우산을 써야 하는데,

우산을 너무 아끼다 보니 비가 오지 않는 날도 우산을 가지고 다니고,

비가 조금 오는 날은 비를 맞으며 걷고,

비가 조금 많이 오는 날은 비가 그칠 때까지 처마 밑에서 기다리고

비가 하루종일 내리는 날은 아예 밖에 나가지 않고 그냥 집에 있는다.

우산을 너무 아끼다 보니, 우산이 젖을까봐 걱정이 되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우산은 우산으로서 자기 노릇을 한번도 해보지 못한체 있는다.

우산이 젖더라도 우산을 쓰고 빗속을 거닐어야

우산이 주는 고마움, 비오는 날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기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데

아저씨는 ‘우산은 젖지 말아야 한다’는 자기 생각을 바꾸지 못한다.

그런 아저씨가 어느 공원에 앉아 우산이 더러워 지지 않았는지 살펴보고는 멍하니 앉아 있다.

곧 비가 조금씩 내리고, 어떤 아이가 뛰어와 우산좀 씌워 달라고 하지만

아저씨는 아이를 못 본 척 하고 만다.

그 때 작은 여자아이가 다가와 친구와 함께 우산을 쓰고 걸어간다.

둘은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빗속을 걸어간다.

“비가 오면 퐁포로롱

비가 오면 핏짱짱.”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가 아저씨의 마음을 움직였다.

아저씨는 그 노랫소리가 궁금해진다. 진짜일까?

아저씨는 우산을 활짝 펼쳐들고 빗속을 걸어본다.

드디어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걸어가야만 들을 수 있는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비오는 날 우산을 쓰고 거닐며 느끼는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이다.

아저씨처럼 우리 어른들은 정해 놓은 자기만의 틀을 쉽게 허물지 못한다.

그래서 정작 그 속으로 뛰어들어야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모른체 살아가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그렇겠지.

그런 굳은 마음을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움직였다.

우산이 있으면서도 비가 오는 날 우산을 쓰지 않는 아저씨가

아이들 눈에는 얼마나 웃기고 이상하게 비쳤을까?

우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우산이 자기 노릇을 하도록 놔두지를 못하는

아저씨는 어른들의 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어른인 나는 아이들처럼

아저씨를 이상하다고 마냥 비웃을 수가 없었다.

비가 오면 퐁포로롱, 비가 오면 핏짱짱이라는 말이 재미있어

우리집 아이는 연신 이말을 따라했다.

비오는 날, 우산 쓰고 거닐며 비가 들려주는 노랫소리를 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