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가

연령 7~9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8년 11월 26일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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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가 재작년 여름 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는 그림책으로 [돼지책]과 이 책 [종이봉지 공주]을 추천하였다. 추천평이 인상적이었기에 망설임 없이 구입했고, 처음 그림책을 보고 놀랍고 신선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런데 아이는 의외로 잘 보지 않았다. 그러나 두고두고 가끔씩 꺼내보고 있는 걸 보면 아이에게도 뭔가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있는가보다.

얼마나 많은 서구의 명작들에서 공주가 등장하는가. 하나같이 어여쁘고, 누군가의 질시를 받아 (그것도 대부분 같은 여자의) 위기에 처하고, 백마 탄 왕자의 구원을 받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말 – 행복하게 오랫동안 살았답니다~ 이 얼마나 잘못된 스토리구조인지 알면서도 아이들은 명작을 쉽게 접하고 재미있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예쁘면 다 통한다’는 가치관을 은연중에 갖게 되고, 좋은 남자를 만나는 것이 최고의 목표라고 잘못 생각하게 된다.

이 책에서 공주는 더이상 백마탄 왕자를 기다리지 않는다. 모든 어려움을 ‘스스로’ 헤치고 위기에 처한 왕자를 구해줬더니만, 세상에, 재투성이에다 종이옷을 입어 마음에 들지 않는단다. 그렇다면 이런 왕자에게 미련을 둘 필요가 무엇인가! 홀로 길을 떠나는 종이봉지 공주의 뒷모습에서 당당함과 통쾌함을 느껴진다. 다만 부모로서 느끼는 두려움… 그 길이 너무 힘든 길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은 딸 키우는 엄마의 모순된 생각인지?

지금은 명작을 패러디한 그림책도 나오고 동화책도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느꼈던 감흥이 똑같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 새로운 공주의 상을 보여준 이 책은 어느새 ‘고전’으로 자리매김을 한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