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엔 나야? 책을

연령 5~7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1년 5월 23일 | 정가 13,000원
수상/추천 독일 룩스상 외 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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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나야?

책을 좋아하는 우리 아이가 두돌을 막 지냈을 때
이 책을 읽고는 한동안 책 읽기를 거부했더랍니다.
처음엔 무엇 때문인지 알아 차리지 못했지요. 그러다 곧 알게 되었답니다.

아이는 이 책에서 나오는 ‘다음엔 너야’가 곧 자기를 가리키는 말 같았나 봅니다.
병원에 가는 걸 무척이나 싫어하는 아이는
하얀 가운 옷을 보기만 해도 울어대는 겁쟁이였습니다.
더구나 그 무렵에는 코감기가 심해져 충농증 치료를 받느라
한방병원에서 코에 스티커 침을 맞기도 하고,
코에 뭘 뿌리기도 하는데도, 갔다오면 쓴 한약까지 먹어야 하니
병원은 정말 두려움 그 자체로 느껴졌나 봅니다.

그런 아이였으니 이 책에 나오는 ‘다음엔 너야’가 자기를 가리키는 말로 여겨졌겠지요.
의자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차례로 문을 열고 걸어 들어가는 장면을
어둡고 침울한 분위기의 그림에다 단순하고 절제된 문장으로 표현해놨으니
이 책을 읽는 사람은 누구라도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평소에도 병원 가기 싫어하는 아이는 그림책을 읽는 동안
얼마나 긴장했을까요?

동물장난감들이 하나씩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나오면, 마지막으로 인형차례가 되고,
그것만 지나고 나면 곧 ‘다음엔 너야’라는 말이 나오니
차라리 이 책을 읽지 않는게 낫겠다 생각했나봅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이 책을 읽게 되었을 때는
책을 읽어주는 동안 내내 한 손으로 코를 붙잡고 있었습니다.
책에 나오는 친구들은 모두들 저마다 한군데씩 부러지거나, 못쓰게 되어 들어가는데
자기는 코가 아프다 생각하니 그걸 붙잡고 책을 보는 것이 었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우스워 몇번이고 책을 읽어주기를 반복했지요.
그리고 이번에는 마지막 차례인 인형친구가 의사선생님을 만나러 들어가는 장면을
자세히 설명해주었습니다.
“봐라,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의사선생님이 이렇게 환하게 웃고 있잖아.
친구들도 아픈데를 다 고쳐서 나오니 기분이 좋아보이지.”

지금 일곱살인 된 아이는 이제 더이상 코를 붙잡으면서 이 책을 읽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충농증때문에 코치료를 달고 살지만
병원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지요.
그만큼 자라서 이제는 그림책의 세계와 현실을 구분하는 능력이 생겼기 때문이기도 할텐데
어쩐지 아쉬운 느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