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타로 그림책의 매력.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23 | 글, 그림 고미 타로 | 옮김 이종화
연령 3~5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0년 1월 19일 | 정가 12,000원
수상/추천 교보문고 추천 도서 외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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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도 깜짝, 치과 의사도 깜짝! (보기) 판매가 10,800 (정가 12,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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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타로 그림책의 매력.

고미타로의 그림은 단순하고 선명하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또렷해서 아, 고미타로의 그림책이구나 하는 것을 이제는 분명히 알 수 있겠다. 그런데 사실 나는 고미타로의 그림책에 별로 정이 가지 않았다. 그만의 고유한 특징이 잘 살아 있고, 짧은 글과 단순한 그림은 아이들에게는 훨씬 쉽게 다가갈 수 있겠지만……. 어른인 내 마음에는 울림이 적은 듯해서 뭔가 아쉬운 듯 했다.

그런데 악어도 깜짝, 치과 의사도 깜짝은 이런 내 선입관을 없애주고 그의 그림책이 가지는 매력을 한껏 느끼게 해주었다.
군더더기 없는 짧은 글과 그림은 아이들에게 양치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이런 저런 설명을 하고, 이를 제대로 닦지 않을 경우에 생기는 문제점들을 일러주는 다른 책들보다 더 강한 느낌을 주었다. 그래 아이들에게는 길고 장황한 설명보다는 이렇게 간단하고 분명한 메시지만 전달해주어도 되는데……. 어른들은 항상 말을 너무 많이 하고, 너무 많은 문제점을 들추면서 겁을 주려고 한다.

상황을 설명하는 글이 아니라 ‘더 놀고 싶지만 가지 않으면 안 돼. 하지만 한 번 해보자. 각오는 됐어. 너무 하잖아. 어떡하지.’처럼 악어와 의사선생님이 마음속에 일어나는 생각들을 그대로 내뱉어 쓴 듯 한 글은 둘의 마음속을 훤히 비춰주고 있는 듯하고, 글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악어가 긴장하고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니 우습기도 하고, 안됐기도 하고 그렇다.
사실 치과치료는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한테도 두려운 곳이라 잔뜩 긴장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니……. 아이들은 오죽할까?
그런데 악어만 긴장하는 것이 아니라, 악어를 치료해주기로 한 의사선생님도 잔뜩 긴장하고 겁에 질려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무서운 악어를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 선생님한테는 만만한 일이 아니라 피하고 싶지만, 그래도 아픈 곳을 치료하러 온다니 어쩔 수가 없다.
아무리 덩치 큰 동물이라 할지라도, 흰 가운을 입은 의사선생님이라 할지라도 두려워하고 겁먹는 감정은 피해 갈 수가 없나 보다.
다행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치료는 무사히 끝이 났다. 악어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 의사선생님도 악어한테 인사를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서로 다시는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악어가 병원에 가기 싫어서 두려워하는 모습과 치료를 마치고 나와 ‘이를 닦자, 이를 닦자’고 말하는 장면을 보면 아이들도 저절로 ‘나도 이를 잘 닦아야지’ 하는 다짐을 하게 될 것 같다. 그러나 굳이 그런 교훈을 이끌어 내지 못한다해도 어떤가?
겁과 두려움이라고는 모를 것 만 같던 악어가 치과에 가기전 두려워서 잔뜩 긴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웃어도 보고, 힘센 악어라도 병원가기 싫어하는 것은 똑같다는 점에서 동질감과 위안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