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화면으로 보여주는 바람

시리즈 비룡소 창작 그림책 16 | 글, 그림 정순희
연령 4~6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6년 4월 20일 | 정가 14,000원
수상/추천 황금도깨비상 외 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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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화면으로 보여주는 바람 부는 날의 풍경

맑고 깨끗한 수채화로 그려진 ‘바람 부는 날’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바람 부는 어느 한적한 거리를 내다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떨어지고,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걸로 봐서

가을이 한창 깊어가는 때, 바람이 몹시 많이 부는 그런 날인 것 같다.

‘오늘 따라 바람이 왜 이렇게 많이 불지’ 이런 맘으로 창밖을 쳐다보고 있는데

한 여자 아이가 눈에 띄어 그 아이를 따라 가보는 듯한 느낌으로 이 책을 읽었다.

바람에 날려 가는 연을 붙잡기 위해 쫓아가는 여자 아이.

높은 포플러 나뭇가지에 걸린 연을 붙자기 위해 공원 울타리 담장 위를 올라가기도 하지만

손에 잘 닿지 않는다.

저만치 다시 날아가는 연을 쫓아가는 여자 아이를 따라가다보니

바람 부는 날 사람들이 지나가는 모습과 나무가 흔들리는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모래가 날리고, 나뭇잎이 흔들리고, 낙엽도 후두둑 떨어지는 바람부는 날.

지팡이를 짚고 공원을 산책하는 할아버지의 중절모자도 바람에 벗겨지고,

엄마손 잡고 풍선을 쥐고 걸어가던 꼬마 아이는 바람에 그만 풍선을 놓쳐 버리고 만다.

바람이 점점 더 세게 불어오자

아기를 업은 엄마가 포장마차의 천막이 날아가지 않도록 부여잡고 있고,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머리가 날리고, 사람들은 모두 얼굴을 가리고 걸어간다.

여자아이도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연을 쫓아가는데 그만 연이 웅덩이에 빠지고 말았다.

물에 젖어서 축 늘어진 연을 보고 속상해하는 여자 아이,

어쩌면 좋을까?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표정을 짓던 여자아이가 다시 웃는 얼굴로 조심조심 연을 들고 간다.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난 걸까?

아, 여자아이는 펄럭펄럭 바람이 연을 잘 말려줄 거라며 빨랫 줄에 연을 널었다.

다행이다. 바람에 날려버린 연을 바람이 다시 도와주는 구나.

아이가 연을 붙잡기 위해 쫓아가는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나뭇잎이 떨어지는 풍경들이

일부러 느린 화면으로 조정해서 보는 것처럼 아주 고요해 보인다.

아이는 연을 붙잡기 위해 뛰어가고, 마음이 바빴을텐데도 그림으로 보여지는 풍경은

잔잔하고, 평화로운 느낌마저 준다.

맑고 깨끗한 수채화 그림은

바람 부는 가을, 어느 한적한 오후에 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내다본 바깥 풍경을

느린 화면으로 보여주어, 바람 부는 날의 풍경을 천천히 살피게 만든다.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고 바람 부는 날, 거리를 걸어가는 느낌도 이야기 해보고,

직접 바람을 맞으며,거리를 걸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