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로 떠나는 여행길

연령 2~4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4년 4월 19일 | 정가 6,500원

잠자리로 떠나는 여행길

보통 잠자리에서 읽는 책이라면 고요한 분위기라든지 차분한 느낌을 자아내는데 이 책 ‘카르헨 잘자’는 그림이 아주 밝고 환하다. 카르헨의 아빠는 카르헨을 침대에 눕히기까지 과정을 마치 무슨 놀이처럼 단계를 밟아 나간다.
아빠가 카르헨을 슬리퍼 기차에 태우고 호루라기를 불면 잠자리로 향하는 기차 여행이 시작된다. 첫 번째 ‘먹기’역에 도착하면 엄마가 주는 당근을 받아 먹고, 두 번째 ‘씻기’역으로 출발한다. ‘씻기’ 역에서는 손을 씻고 이를 닦고, 마지막 ‘잠자기’ 역에 도착해 아빠와 인사를 나누면 여행은 끝이 난다.

이제 자러 가야 한다는 아빠의 말에 “싫어요. 나 안 잘 거예요.” 하고 고집을 피우던 카르헨이라 할지라도 잠자리로 향하는 아빠의 슬리퍼 기차 여행을 마다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 신나게 놀고 있는 아이를 씻기고, 양치질 하고, 옷 갈아 입히는 과정이 쉽지 않은데 카르헨의 아빠처럼 놀이를 이끌어낸다면 아이들도 그 과정을 싫어라하지 않을 것 같다.

카르헨 집안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큰 즐거움이 된다. 거실의 여러 소품들과 가지런한 부엌의 살림살이, 알록달록한 순건이 걸려 있는 욕실, 그리고 카르헨의 장난감들이 널려 있는 방까지 마치 아기자기한 인형집을 보는 듯 하다. 그리고 카르헨과 아빠의 놀이를 옆에서 지켜보고 함께 하는 작은 친구가 있는데 바로 닭과 병아리이다. 닭과 병아리도 아빠와 카르헨이 하는 것처럼 똑같이 따라해서 그걸 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 그런데 마지막 카르헨이 침대에 누워 있는 장면에서는 닭과 병아리가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갔을까? 다시 앞장을 펼쳐보니 아빠닭과 병아리가 창문옆에 서서 뭐라 이야기 하는 듯하다. 아마도 마당에 있는 보금자리로 가서 잠을 청하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