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외투에 깃든 정성과 기

연령 4~6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2년 2월 8일 | 정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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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외투에 깃든 정성과 기다림.

개구리와 두꺼비 시리즈를 읽으면서 좋아하게 된 작가 아놀드 로벨의 부인 아나타 로벨이 그렸다고 하니 한번 더 눈길이 간다. 그걸 모르고 읽었을 때도 빨간 외투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섬세하고 따뜻하게 그려냈구나 싶었는데 그린 이가 아놀드 로벨의 부인이라니 왠지 마음이 더 가는 이 그림책은 그 여운이 오래 남는다. 아이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어른들은 이 책을 읽고나면 풍요하지 못했던 옛날을 떠올리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게 될 것이다. 물질은 풍요한 세상이 되었지만, 옷 한 벌이 만들어지기까지 여러 사람의 노고와 딸을 생각하는 엄마의 사랑이 가득 담긴 그런 옷은 지금 어디에서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입고 있던 파란 외투가 작아져 새 외투가 필요한 안나, 하지만 전쟁으로 가게들은 문을 닫았고, 사람들은 그 누구도 돈이 없었으니 안나의 집도 다를 바 없다. 그래도 그림으로 보이는 안나의 집안 풍경과 금시계랑 멋진 물건을 가지고 있는 거로 봐서 부유하진 않더라도 그렇게 쪼들리는 집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은 어려운 시기에는 아이를 위한 외투하나 사기에도 힘든 형편이니……. 엄마는 돈 없이도 외투를 마련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 낸다.
먼저 가까운 농장에 가서 금시계를 드릴테니 새 외투를 만들 만큼의 양털을 달라고 부탁한다. 그런데 양털을 깎으려면 봄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 안나는 봄이 오기를 기다리며 일요일마다 양을 만나러 갔다. 이렇게 해서 안나의 빨간 외투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기나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엄마는 물레질 하는 할머니에게 양털로 실을 자아 달라 부탁하고, 빨간색 외투를 입고 싶어하는 안나를 위해 산딸기를 바구니 가득 담아와 실을 빨갛게 물들인다. 빨갛게 물들인 실이 빨랫줄 줄줄이 널려 있는 장면을 보니 앞으로 어떤 옷이 만들어질까 궁금해지고, 빨간 색이 주는 강렬함과 따뜻한 기운에 눈을 떼지 못하겠다.

그리고 옷감 짜는 아주머니를 찾아가 석류석 목걸이를 주고는 실로 옷감을 짜달라고 한다. 엄마는 이제 마지막으로 빨간 옷감을 재봉사 아저씨에게 들고 가 안나를 위한 외투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다. 도자기로 만든 멋진 찻주전자를 받기로 한 아저씨는 안나의 몸 치수를 재고, 다음 주까지 옷을 만들어 놓겠다고 한다. 어떤 옷이 만들어질까? 드디어 예쁜 단추 여섯 개가 달린 빨간 외투가 만들어지고, 안나는 새 외투를 입고 가는 길에 몇 번이나 멈춰 서서 유리창에 자기 모습을 비추어 보며 좋아라했다. 와 얼마나 좋을까? 물려 입는 것이 대부분이었던 어린시절 어쩌다 새 옷을 입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는데 오랜 기다림 끝에 받은 외투였으니 안나는 얼마나 좋을까?

안나에게 빨간 외투는 그냥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외투 이상의 의미를 지니리라. 어려운 시절 외투 하나를 마련해주고 싶었던 엄마의 사랑과 여러사람의 수고가 깃들여진 옷이니, 안나는 자라면서 빨간 외투를 추억할 때마다 엄마의 사랑과 여러사람의 정성도 함께 기억하게 될 것이다. 포근한 양털이 안나의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면 옷에 담긴 정성과 사랑은 먼 훗날까지도 안나의 마음을 훈훈하고 넉넉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필요한 것, 원하는 것을 별 어려움 없이 손쉽게 살 수 있는 세상이라 무엇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 같은 것 요즘 아이들이 느끼기는 쉽지 않겠지만……. 아직도 오랜 기다림과 바람을 가지고 사는 넉넉지 못한 형편의 아이들도 많다. 그러나 넉넉한 살림살이가, 풍요로운 물질이 아이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고 넉넉하게 만들어 주는 건 아닐테지.
‘넘치게 사랑하고, 부족하게 키워라’는 어느 육아책의 제목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