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의 두려움과 친구 되

연령 8~11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0년 11월 25일 | 정가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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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의 두려움과 친구 되기-

<그림자 동물>은 아이의 상상이 빚어낸 환상의 세계와 죽음을 통한 이별이 있는 현실 세계를 교묘히 결합하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전쟁을 통해 아빠를 잃은 소년을 화자로 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소년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따라서 이야기는 두려움과 그것의 극복에 대해 말하지만 작위적인 교훈을 이끌어내기보다는 아이다운 천진함과 그 속에서 삶의 진실을 포착해 나가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두려움, 불안, 슬픔에 대해 깊이 있게 성찰하고 있다는 점에서 꽤나 만족스러운 책이다.
그림자 동물은 침대 밑 깜깜한 어둠 속에 살며 밤이 되면 어둠 속에서 몸을 부풀리며 나를 위협한다. 그림자 동물을 무서워하던 어느 날 나는 두려움을 이기고 그림자 동물에게 이야기를 시작하고 마침내 둘은 친구가 된다. 나는 그림자 동물을 학교에 데려가기도 하고 그림자 동물은 악몽을 물리쳐주거나 사나운 개를 혼내주기도 한다. 그림자 동물은 욤 키푸르 전쟁(1975년에 일어난 제4차 중동전쟁)에서 아빠가 돌아가신 뒤, 아빠에게 다녀와 엄마와 나를 무척이나 사랑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려준다. 여동생이 태어나고, 휴가를 떠난 바닷가에서 길을 잃었다가 아빠 친구인 쉴로모 아저씨를 만나게 된다. 나는 수영과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 주고 우리 집에 부쩍 자주 오는 아저씨가 좋으면서도, 아저씨가 아빠의 의자에 앉지 못하게 한다. 그 뒤에 그림자 동물을 아빠에게 보내 쉴로모 아저씨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데, 아빠는 나랑 엄마, 아기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어 기쁘다는 말을 그림자 동물을 통해 전한다.
그림자 동물은 소년의 어둠에 대한 두려움이 빚어낸 상상의 동물이면서, 전쟁에 대한 공포,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로 인한 슬픔을 이겨내고 성장해가는 소년의 내면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소년이 겪는 어둠에 대한 공포가 과연 소년만의 일일까? 그것은 어린 시절 누구나 거치는 두려움의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아이의 두려움이 그림자 동물을 느끼게 하는데, 그림자 동물과 친구가 된다는 것은 어둠에 대한 공포를 이겨낸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책의 제목이기도 한 ‘그림자 동물’을 다른 말로 고치면 ‘마음속의 두려움과 친구 되기’가 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란 얼마나 슬픈 것일까? 아빠를 잃은 소년은 자신들을 두고 죽은 아빠가 원망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그림자 동물에게 아빠가 엄마와 나,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를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한다는 말을 전해 듣고는 아빠의 사랑을 다시금 느낀다. 아직 전쟁이란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소년에게 전쟁으로 인한 아빠의 죽음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슬픔이었을 것이다. 소년은 아빠의 죽음 이후 아빠의 자리를 대신하는 쉴로모 아저씨를 좋아하면서도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저씨가 아빠의 의자에 앉았을 때 터져 나온 소년의 눈물은, 그런 소년의 마음을 드러내주고 있다. 아저씨에 대한 모순된 감정 속에서 혼란을 겪던 나는, 아빠의 사랑을 간직하면서도 아저씨와의 새로운 관계를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부쩍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곳이 이스라엘이니만치 소년의 꿈에 등장하는 두려움의 대상은 아랍인이다. 그러나 작가는 섣불리 두 민족의 갈등에 대해 어느 한쪽에 서지 않는다. 단지 착한 유대인이 있듯이 착한 아랍인도 있고, 나쁜 유대인이 있듯이 나쁜 아랍인도 있다는 것과 아랍 아이들은 나쁜 유대인한테 쫓기는 꿈을 꿀 것이라는 것을 들려준다. 어쩌면 이 간단한 말 속에 두 민족의 거리를 좁히는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유대인과 아랍인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바탕으로 둘 사이에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차이를 받아들일 때 갈등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책 속으로
엄마는 매일 밤 내 침대 곁에 앉아 아랍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해 주었어. <중략> 아랍인 친구의 아이들도 나처럼 학교에 다니고, 그 아이들의 엄마도 밤마다 아이들을 침대로 데려다 주고 노래를 불러 준대. 엄마 말이, 착한 유대인이 있듯이 착한 아랍인도 있다는 거야. 또 나쁜 유대인이 있듯이 나쁜 아랍인도 있다고. (3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