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감이 가는 책이어서 더욱

연령 4~6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7년 12월 10일 | 정가 8,500원
수상/추천 케이트 그리너웨이상 외 2건

동감이 가는 책이어서 더욱 손이 갔다. 막상 자려고 침대에 누웠다. 아직까진 잠이 안 왔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그런데 잠이 안 왔다. 그렇다고 잠을 안 자는 건 아니다. 한 번 자면 시끄러운 소리가 나도 안 깨고 잘 자는 게 바로 나다. 그런데 잠이 들지는 않는다. 어느 순간 그냥 잠을 자는 것 뿐이지말이다. 작은 아기곰의 표정이나 몸짓이 너무 귀엽다. 잠들기 쉽지 않은 아이들의 마음을 그대로 담아서 쓴 글과 밤의 기운을 담은 포근하고 차분한 그림까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이가 서로 다른 사람인데도 글과 그림이 참 잘 어울린다.

온종일 신나게 논 작은 곰은 밤이 되어 침대에 누워 잠을 자려고 해보지만 도무지 잠이 오질 않는다. 그래서 큰 곰이 묻는다.
“잠이 안 오니, 작은 곰아?”
보통 아이들이 잠자리에 누워서 안자고 있으면 “빨리 안자고 뭐하니” 이렇게 말하기 쉬운데 큰 곰은 작은 곰을 다그치지 않는다. 그냥 잠이 안 오냐고 물어볼 뿐이다.
무서워서 잠이 안 온다는 아기곰에게 뭐가 무섭냐고 물어보니 캄캄한게 싫다고 해서 큰 곰은 직접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고는 동굴의 어두운 구석이 정말 어둡다는 걸 알고는 작은 등잔을 꺼내 불을 밝혀 주고는 작은 불빛이 있으니까 이제 무섭지 않을 거라 말하고는 느릿느릿 자기의지로 돌아간다. 큰 곰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서 아이의 마음을 알고 품어주는 부모의 기다림과 여유가 느껴진다.

작은 등잔을 갖다 주었는데도 작은 곰은 잠이 오지 않는다. 그래서 큰 곰은 또 물어본다.
“잠이 안 오니. 작은 곰아?” 이번에도 다그치거나 재촉하지 않고 그냥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말을 건넬 뿐이다.
그리고 아직도 어둡다는 작은 곰의 말에도 뭐가 어둡냐고 반박하지 않고 다시 주위를 둘러보고는 아직 어두운 곳이 많다는 걸 알고 조금 큰 등잔을 꺼내왔다.
그래도 작은 곰은 잠이 오지 않고….. 큰 곰은 제일 큰 등잔을 꺼내와서 침대 위에 걸어주지만 작은 곰은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 해보아도 잠이 오질 않는다. 그래 내 마음대로 잠이 오질 않는 걸 어떡할까? 어른들도 어쩔 때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있어, 책을 꺼내 읽기도 하고 텔레비전을 켜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에도 잠기는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잠자는 일은 명령한다고 해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큰 곰은 아직도 캄캄해서 무섭다고 말하는 아기곰을 데리고 직접 밖으로 나간다. 작은 곰을 안고는 어둠 속을 환하게 밝혀주는 달과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을 보라고 가리킨다. 달과 별이 있으니 어둠도 캄캄하고 무서운 것만은 아니라는 걸 말해주고 싶은 큰 곰. 하지만 작은 곰은 따뜻하고 포근한 큰 곰의 품 안에서 벌써 잠이 들었다. 잠든 아기곰을 안고 책을 읽다가 큰 곰도 같이 잠이 든 마지막 장면은 너무 포근하고 따뜻해 보인다. 거기에다 입을 벌리고 자는 듯한 큰 곰의 표정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준다.

잠자리에서 벌어지는 일은 어느 집에서나 겪는 일이고, 부모들은 빨리 자기를 재촉하기 쉬운데 큰 곰과 작은 곰의 모습은 아이들의 잠자리를 좀 더 포근하고 아늑하게 만들어 줄 것 같다. 큰 곰이 작은 곰과 이야기 하는 차분한 말투와 작은 곰의 요구에 담긴 마음을 읽고 그것을 끝까지 기다리고 들어주는 큰 곰의 모습을 보니 나도 이제부터는 쉽게 잠들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고 “빨지 자라.”고 말하는 대신 “잠이 안 오니?” 하고 물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