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여자로 태어난 것

연령 2~7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7년 4월 25일 | 정가 6,000원

‘여자’는 여자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여자’로 키워지는 것이고
‘남자’는 남자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남자’로 키워진다는 말이 있다.
첫째 딸아이와 둘째 아들을 키우다 보니 이 말이 가끔은 실감날 때가 많다.
“너는 여자애가 왜 그렇게 조심성이 없니?”라든가,
“아가씨가 왜 이렇게 목소리가 클까?”와 같은 말을 은연 중에 딸아이에게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하니까…
그럴 때면 나는 한번씩 반성을 해본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자는 어쩔 수 없어…와 같이 성차별적인 대우와 말을 정말 싫어했었는데…’
우리 아이들은 이런 성차별 없이 똑같이 키우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착한 아이, 나쁜 아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또 다른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누가 착한 아이이고 나쁜 아이일까?’ 하는 생각.
어른들이 정해놓은 흑백논리에 의해 착하고 나쁘고 하는 선과 악이 정해져 버린 것은 아닐까?
그런 논리 때문에 아이들은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을까?…하는 생각들 말이다.
아이들은 얼마나 많은 가치의 혼란을 겪을까? 하는 생각까지…

얼마 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첫째 나현이와 둘째 범준이가 재미있게 ‘콩순이 주방놀이’를 하고 있었다.
깔깔거리며 재미있게 노는가 싶었는데…티격태격 소리가 들리고
급기야 나현이가 소리를 꽥 지르면서 장난감을 던지는 게 아닌가.
“너랑 안놀꺼야, 저리가…”하면서 동생을 밀어버리고.
힘 없이 나가떨어진 범준이는 “앙~~~” 울음이 터지고…
나는 다짜고짜 범준이를 안아올리며
“누나가 동생이랑 같이 놀아야지, 동생이 좀 장난감을 달라고 했다고 밀어버리면 어떡해…너는 뒤로 이렇게 넘어지면 아프지 않겠어?”하면서 나현이를 나무랐다.
그러자 나현이가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얼마가 지났을까…두 아이가 안정을 찾자 나현이에게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나현이의 말(요지),
함께 놀려고 장난감을 나눠줬는데 자꾸 자기가 노는 것만 빼앗으려고 했다.
내가 맛있는 음식 만들어 엄마 줄려고 했는데 범준이가 방해만 했다.
나도 내가 하고 싶은 것 하고 싶었다.
범준이가 방해하면 나도 화가 난다.
즉,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엄마는 나만 야단치는 건지 슬펐다.
듣고 보니 다 맞는 말이다.
범준이를 밀어버린 나현이만 나쁘다고 판단한 내 잘못이 느껴졌다.
동생과 함께 놀려고 노력했고, 자기 것을 망가뜨리면 화가 나는 건 당연한 것이고,
하등 엄마에게 야단맞을 일은 없는 것이었다.
물론 동생을 밀어 넘어뜨린 건 잘못한 것이지만…
심정이 이해가 갔다.
그래서 차근차근 설명을 하고 나현이 마음을 몰라준 엄마가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일단락 지었는데 참 느낀 점이 많았다.
아이를 키우면서 형평을 유지하고
둘의 마음을 골고루 헤아리면서 가르치기란 이렇게 힘들다는 것을…

이 책은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할머니가 가시는 게 싫어서 ‘안녕히 가세요’ 인사를 안했을 뿐인데
인사를 안했다고 ‘나쁜 아이’라고 규정지어 버리고,
정말 소중한 인형을 동생에게 주지 않았다고 ‘나쁜 아이’가 되고,
내 장난감을 망가뜨리면 나도 화가 나는데
동생을 때렸다고 ‘나쁜 아이’가 돼 버리는 상황.
동생을 울리 때도 있지만
아이스크림을 양보할 때도 있는 나인데…
과연 ‘나’는 착한 아이인가요? 나쁜 아이인가요?
이 책의 꼬마 ‘나’는 어른들에게 심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나’는 어리지만 감정을 가지고 있고, 판단할 수 있고
생각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나쁜 행동으로 비춰질 지 모르는 행동을 했지만
다 그럴만한 원인이 있었고 이유가 있다고 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어요! 나를 이해해 주세요!’라고
책 속의 ‘나’는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현이와 많은 이야기를 했다.
동생에게 잘못된 행동을 한 친구한테는
“엄마, 이렇게 동생이랑 싸우면 안되지요?”하며 자기는 동생이랑 잘 놀겠다고 말하면서도
자기 장난감을 동생이 뺏고 망가뜨리는 장면에서는,
“엄마, 친구가 진짜 화나겠다”면서 친구의 마음이 자기의 마음인 양 이야기를 합니다.

이제부터 아이들을 키우면서
어른들이 기존에 갖고 있는 ‘착하고 나쁘고’하는 흑백논리를 벗어던지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겠다고요.
착한 아이, 나쁜 아이는 없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어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그런 교육적인 메세지가 담겨있는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는 이런 흑백논리를 벗어던질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