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글을 단순히 보고 읽

연령 6~1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8년 10월 29일 | 정가 14,000원
수상/추천 케이트 그리너웨이상 외 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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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 (보기) 판매가 12,600 (정가 14,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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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글을 단순히 보고 읽는 것에 그쳐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일은 별로 없는데, 책을 읽고 그것에 관한 느낌을 쓰려고 하니, 마치 내 마음속의 일기를 누가 살펴보기라도 하는 듯 부끄럽다. 앤소니 브라운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라서 선뜻 나서기는 했는데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 다소 걱정이 된다. 행여 내가 잘못 이해하는 부분이 있는건 아닌지 조심스럽기도 하다.

“고릴라”를 읽다 보면 우선 내용이 먼저 들어오기 보다는 곳곳에 숨어있는 그림이 먼저 와 닿는다. 어떤 때는 책의 글을 하나도 읽지 않으면서 그림만 살펴보기도 한다. 이러한 느낌이 좋아서 이제 글을 하나씩 읽어가는 아이에게는 이 책만큼은, 아니 앤소니 브라운의 책들을 접해줄 때는 아예 못 읽는 영어로 된 책을 건네주기도 한다.

맨 처음 이 책을 접할 때의 느낌은 한나가 참 외롭게 크는 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자리는 전혀 찾아볼 수도 없고, 아빠는 늘 바쁘고, 그래서 아이는 더 고릴라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혼자서 책을 읽는 장면에서도 벽지의 색은 아이의 마음처럼 어둡기만 하다. 이런 한나가 웃은 모습을 보이는 건 고릴라와 함께 있을 때뿐이다. 책 맨 처음 표지에 고릴라와 신나게 나무타기를 하는 모습을 보이는 한나의 얼굴은 환한 웃음으로 물들여 잇고, 나중에 고릴라와 함께 동물원을 다녀오고 나서 잠이 깼을때도 살포시 미소가 담겨있다. 어디서 읽은 적이 있는 듯 한데 작가의 삶 자체가 외로움의 연속이라서 아이의 모습도 그렇게 그려놓은 듯하다.

하지만 작가는 그러면서도 행복으로 가는 끈을 놓고 있지는 않다. 생일날 아침, 아빠에게 어젯밤 있었던 일을 얘기하려고 후다닥 달려가는 한나에게 아빠는 동물원에 가자며 기분 좋은 제안을 하고, 어느새 아빠 호주머니에는 고릴라를 위한 바나나가 담겨 있는 모습을 볼 때 아이의 외로움은 곧 사라지겠구나 하는 희망을 볼 수 있다.

설명하는 말이 없어도 작가의 의도대로 이 책은 그림으로 모든 걸 설명해 준다. 하나하나의 소품뿐만 아니라, 배경에서 한나의 고릴라에 대한 사랑을 볼 수 있고, 한나의 감정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작가는 그림책 가득 고릴라를 그려 놓았다. 사소한 콘플레이크 박스에서, 벽에 걸린 모나리자를 고릴라로 바꿔 놓았고, 한나가 잠을 자는 침대의 한 곁을 차지하고 있는 램프(나중에 고릴라가 나타나면 환호하는 고릴라의 모습으로 바뀐다), 킹콩의 모습, 영화관에의 슈퍼맨의 모습도 고릴라이고, 슈퍼맨의 S도 G로 바꿔놓은 장면에서는 저절로 웃음이 난다. 마치 그림책을 보는 것이라기보다는 숨은그림찾기 놀이를 할 수있는 책으로 저절로 활용이 되는 일석이조의 책이랄까?

앤소니 브라운이 이 책을 처음 접한 다음부터 앤소니 브라운의 팬이 되어버린 나, 아직 아이랑 이 감정을 다 나눌 수는 없지만 언젠가 같이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숨어있는 작가의 의도를 찾아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