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방구!” “오줌!

연령 6~1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6년 11월 24일 | 정가 13,000원

“똥!” “방구!” “오줌!” “뿌직!”
이런 단어만 들어도 까르르 뒤로 넘어가는 우리 딸 연수가 ‘배설’이란 것에 대해 보다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재미난 책이었어요.

먼저 제가 한번 주욱 흝어보았는데 다른 나라 이름이나 중세유럽, 가드로브 등 6살난 저희 딸에게는 다소 어려운 단어들이 가끔 있었어요. 그래서 그냥 주욱 읽어나가기에는 아직 어리다 싶어 어려운 낱말은 피해가며 함께 읽었어요. 다행히도! 이 책은 그런 엄마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어서, 왼쪽 면에는 대화식의 재미난 글이, 오른쪽 면에는 그 이야기를 한눈에 보여주는 익살스러운 그림들이 펼쳐져 있어요. 제가 애써 쉽게 풀어 이야기하지 않아도 표정과 추임새만 잘 좀 섞어 넣어 읽으니 아이가 그림과 함께 쉽게 이해를 하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오른쪽 끝부분에 세로로 해당 이야기를 요약한 짧은 글이 있어요. 연수가 더 크면 내용을 정리하는 마무리용으로 읽기에 좋아 보였습니다.

우리 연수는 여럿이 함께 일을 보는 <로마의 화장실> 이야기를 무척 재미있어 했습니다. “엄마가 뿌지직! 하면 옆에 앉은 연수도 뽀지직~ 했데..” 그랬더니 “그럼 옆에 앉은 아줌마도?”하며 눈이 똥그래져서 묻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푸하하하~” 하며 정말 뒤로 쓰러지면서 웃더군요.. 사람들이 함께 똥오줌을 누는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니 너무나 재미있었나 봅니다.

그리고 <똥투성이 시대> 중세 유럽의 이야기에서는 조금 실망하는 눈치도 있었어요. “중세 유럽은 정말 더러웠대. 농부, 기사, 왕 모두가 똥오줌과 어울려 지냈다나..” 하는데 “..공주도…?”하고 묻더라구요. 그래서 요새처럼 깨끗한 화장실이 만들어지기 전, 아주아주 오래 전 시절이라 공주도 그랬을 거라고 했더니 표정에 조금 당황하는 기색이 보였어요. 신데렐라니, 백설공주니, 잠자는 숲속의 미녀니 이제껏 연수가 서양 중세에 대해 가지고 있던 환상에 약간 금이 간 모양입니다. 할 수 없죠 뭐.. 혼란스럽기도 하겠지만 동화와 나라에서 진짜 세상으로 커가는 과정이니까요..

오른손은 밥만 먹고 왼손으로는 똥을 닦는 인도 사람들 이야기는 제가 인도 여행을 갔을 때 화장실에 수도꼭지랑 작은 그릇이 놓여 있는 것을 실제로 봤기 때문에 더 풍부하게 이야기를 해줄 수 있었어요. <우주비행사의 변기> 편에서는 똥오줌이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모습이랑, 똥 누다가 허공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는 내용을 신기하고 재미 있어 했습니다.

엄마인 제가 흥미로웠던 부분도 있습니다. <세상의 온갖 변기들>을 보니 그간 제가 저마다 태생이 다른 변기들을 다양하게 써왔네요.. 어렸을 적 엄마 아빠 언니들과 살았던 옛집에서는 집 밖에 있는 중동식 변기를 썼고, 중 1때 이사간 연립주택에서는 호주식 변기를, 결혼하고 전세 살던 첫 살림집에서는 유럽식 변기를 썼었군요.. 지금은 미국식 변기, 그것도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일본식 변기 비데를 쓰고 있구요.

아, 비데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 책 <뿌지직!>을 읽고 얻은 커다란 수확이 하나 있어요. 우리 연수가 책을 읽고 나서 비데를 처음 써봤다는 사실이에요. 여자 아이어서 똥이나 오줌을 눈 후 위생에 더욱 신경이 쓰였고, 그래서 비데를 쓰게 하려고 몇 번 시도를 했는데 연수가 겁을 내었었거든요.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니 문득 비데 생각이 나서 함께 화장실에 가 앉혀 보았죠. 그리고 책에서처럼 비데가 하는 일을 재미 있게 설명해 주고 “이제 버튼을 눌러 볼까?” 했더니 조금 주저하다가는 좋다고 하더라구요.. 삐리릭~ 하고 드디어 물이 나오자 조금 움찔 하더니 “으아 깜짝이야, 깔깔깔~, 아 차가워, 간지러~, 아 시원해~”

연수에게는 정말 새롭고 신기한 경험이었을 겁니다. 앞으로 꼭 비데를 쓰겠다고 하더군요. 아이에게는 뭐든 재밌고 즐겁게 접근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이게 이런 거니까 이게 맞는 거야. 그러니 이렇게 해라!”라는 어른들의 방식은 아이들에게 잘 전해지지 않는다는 거요. 일상에서 자꾸 잊어버려서 탈이지만요.. 이렇듯 아이들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과 일들을 <뿌지직!> 책처럼 자연스럽고 재미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을 많이 접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연수가 비데를 쓸 수 있게 해준 <뿌지직!>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