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연령 6~11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7년 7월 13일 | 정가 11,000원

누구나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꼽으라면 빠지지 않는 것이 아마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 아닐까? 그럼 이 책은 무슨 내용일까? 지금까지 기존의 이야기를 가지고 비틀어 보고 다시 보고 뒤집어 보는 책들이 많이 나왔었기에 어떻게 다시 보기를 했는지 궁금했다. 사실 난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별 생각없었는데 둘째가 보더니 이거 신기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나도 찬찬히 들여다봤다.

정말 구성이 독특하고 재미있다. 언제나처럼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하려고 서 있다. 대신 거북이가 다시 확인한다. 지난 번엔 자기가 이겼노라고. 그렇다면 이것은 그 후의 이야기라는 뜻인가? 그런데 그림이 반만 ‘정상’이다. 여기서 정상이라함은 보통 사람들이 보는 형식을 이야기한다. 반은 반대로 되어 있으니까. 일단 제대로 된 방향만 읽어내려가기로 했다. 거북이는 출발할 때만 보이고 그 다음부터는 어디있는지 모르겠다. 이야기는 계속 토끼를 쫓아가니까.

토끼 해리를 따라 미국을 출발해서 프랑스를 지나고 영국을 거쳐 네덜란드를 지나친다. 이렇게 여러 나라를 지나는 동안 그림은 각 나라의 대표적인 것을 나타낸다. 그래서 글을 보지 않고도 대충 어느 나라인지 짐작할 수 있다. 아이들과 글을 읽기 전에 그림만 보고 나라 이름 맞추기를 해도 재미있겠다. 우리 아이는 이미 글을 모두 읽었다는 것이 이렇게 아쉬울 수가. 진작 내가 먼저 봤다면 그런 놀이를 했을 텐데.

그리고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마지막 장에 도착하면 갑자기 표지판에 ‘책을 거꾸로 돌려요’라는 말이 나온다. 아하, 그래서 반은 거꾸로 되어 있었구나. 돌려서 다시 한 장씩 넘기면 처음 출발했던 미국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해리는 어느 순간 또 잠이 들고 만다. 깨어나서 출발선으로 돌아가는데(완전히 돌아가진 않았다.) 이미 누군가가 벌써 와 있다. 그리고 다시 돌리라는 표지판이 나온다. 원래대로 하면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닐까. 하지만 여기서 다시 한번 돌려봐야 처음 읽을 때 나왔던 이야기가 이해된다. 바로 거북이가 먼저 와서 토끼를 기다리는 장면 말이다. 그리고 전번에는 거북이가 이겼다는 말도 그제야 정확히 이해가 간다.

책을 읽어 가다가 마지막에 다시 거꾸로 돌려서 읽는 형식은 몇 번 보아왔지만 이런 식으로 순환 구조를 가진 책은 못 본 것같다. 마치 계속 읽어도 어디서 끝을 내야 할지 모르는 그런 책.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아이들이 계속 넘기다가 그만 보고 싶을 때가 바로 끝나는 부분이니까. 또한 각 나라의 대표적인 것에 대한 설명이 간략하게 되어 있는 대신 앞뒤 속표지에 각 나라에 대한 설명이 되어 있다. 실은 이런 내용보다 구성에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