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생각을 해본다.

시리즈 블루픽션 23 | 존 보인 | 옮김 정회성
연령 13~18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7년 7월 20일 | 정가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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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생각을 해본다. 아주 악랄하고 모든 사람들로부터 비난 받는 사람들의 자식들은 어떤 마음일까 또는 자신의 부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하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비난하고 야유를 퍼부어도 자식들 뿐만 아니라 당사자도 끄떡도 안 하고 잘 사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사람이라면 그러지 못할 것이다.

주로 어두운 시대상을 조명하거나 불의에 맞선 누군가를 소재로 한 글이나 영화가 사람들로부터 주목 받을 확률이 높고 상을 받기가 쉬워 보인다. 아무래도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사실 이 책도 처음 앞부분을 읽을 때는 그런 프리미엄 때문에 아일랜드 ‘올해의 책’에 선정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우리도 현재 ‘화려한 휴가’라는 영화가 작품성을 떠나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고 있지 않던가. 몇 년 전에 나왔던 ‘실미도’도 그랬고…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덮은 지금은 왜 이 책을 독자들이 뽑았는지 충분히 공감이 간다. 중간중간 들어 있는 씁쓸한 유머도 작가의 수준을 짐작케 한다. 여기서는 아홉살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많은 부분을 희미하게 처리한다. 수용소의 상황이나 현재 돌아가는 정세도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만큼만 이야기한다. 나머지는 그저 독자가 알아서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고 아무 단서도 안 주고 무작정 상상하라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단서는 준다. 그것도 희미한 안개 속에 가려진 모습으로.

아버지의 직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우비츠로 이사 온 브루노 가족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서도 대부분의 시선은 브루노를 따라간다. 친구가 없어 외로워하던 차에 우연히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만난 친구 쉬뮈엘. 그러나 작가는 억지로 둘을 친구로 엮으려 하지 않는다. 일 년이 넘게 만나면서도 서로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 단지 아홉살의 눈으로 볼 뿐이다. 브루노는 자신의 기준으로 쉬뮈엘을 판단하고 자신의 이야기에 쉬뮈엘의 이야기를 끼워 맞춘다. 전형적인 아이들의 사고방식이다. 마찬가지로 쉬뮈엘도 그렇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고생을 하고 고통을 당한 쉬뮈엘이 현실을 보는 눈을 조금 더 떴다는 것 정도다.

둘은 멋지게 탐험 놀이를, 그것도 작별 인사를 대신해서 마지막으로 만나서 놀이를 하려 하지만 그것은 둘이 영원히 함께 있는 계기가 되고 만다. 아, 작가는 결말을 왜 이렇게 설정했단 말인가. 차라리 브루노가 아버지의 참모습을 알고 분노하고 미워하는 것으로 했더라면 이처럼 가슴 아프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의 아버지가 훌륭한 사람이며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는데 실은 전혀 반대의 인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브루노가 아버지를 만나면 어떻게 대할까가 궁금했었는데 이야기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만다. 진짜 탐험다운 탐험을 시작했는데 그것이 마지막이 되다니… 그것도 자신들이 어떻게 되는 것인지 전혀 알지도 못한 채 아버지가 지휘하는 군인들에 의해…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조금만 아이들의 심리를 이해한다면 충분히 가능했을 수도 있는 일이다. 정말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자신의 아들이 어떻게 되었는지(그것도 자신의 명령으로) 짐작한 아버지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러기에 차라리 끌려가서 어떻게든 되는 게 낫다고 생각했겠지. 딱 아홉살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참 어리석고 무의미함을 일깨워준다. 지나치게 과장하지도 않고 지나치게 미화하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딱딱한 것만을 고집하지도 않으면서 이처럼 가슴 아픈 결말을 이끌어 내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