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처음 걸음마를 뗀 날이 기억납니다.

막 태어났을 때 해 준 말과 처음 뒤집기를 했을 때

거실장을 짚고 혼자 일어 섰을 때

아주 잠깐이지만 흔들거리는 발걸음을 내디디며 첫 걸음을 걸었을 때

그때의 기쁨과 황홀함을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리 비뚤 저리 비뚤 천천히 한 걸음씩 손을 잡고 이끌며 세상을 향한 걸음마를 시작할 때 아이와 함께 있었습니다.

오른발, 왼발.

보비에게 처음 걸음마를 가르친 사람은 보브 할아버지입니다.

보브 할아버지는 보비에게 가장 사랑하는 친구이기도 합니다.

함께 하는 오래된 나무 블록 쌓기 놀이는 할아버지와 보비가 가장 즐겨하는 놀이입니다.

“할아버지, 나한테 어떻게 걸음마를 가르쳤는지 얘기해 줘요.”

“난 네 작은 손을 이렇게 잡고, 말했단다. ‘오른발, 왼발. 따라해 보거라.’라고 말이야.”

보비의 생일이 지난 며칠 뒤

할아버지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시네요.

보비의 그리운 할아버지는 석 달이 지나 집으로 돌아왔지만 계속 누워만 계시네요.

엄마 아빠도 할아버지는 보비를 알아보지 못할거라 했지만

할아버지의 슬픈 얼굴을 보비는 알아차립니다.

할아버지와 함께 했던 오래된 나무 블록 쌓기 놀이를 할아버지 앞에서 하는데 할아버지가 웃으시며 살짝 손가락을 움직입니다.

보비의 할아버지에 대한 마음이 할아버지 병을 낫게 한거에요.

이제는 할아버지가 보비에게 이야기를 들려줬던 것처럼 보비가 할아버지에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기가 점점 자라 말을 배우고 걸음마를 배우듯

할아버지는 할 수 있는 말이 하나씩 늘어가고

보비에게 걸음마를 배웁니다.

“좋아요, 할아버지. 오른발.”

“이번엔 왼발.”

아프기 전 코끼리 블록만 보면 재채기를 하던 할아버지는 이제 다시 코끼리 블록을 보고 진짜 재채기를 합니다.

“보비야, 나한테 어떻게 걷는 법을 가르쳤는지 얘기해 다오.”

“할아버지가 내 어깨를 이렇게 짚고요,

난 말했어요. ‘오른발, 왼발. 따라해 보세요.’ 라고요.”

이야기의 짜임이나 인물에 대한 묘사, 은은한 삽화, 무엇보다 감동적인 주제

완성도 높은 훌륭한 작품입니다.

읽어가면서 뭉클한 감동은 보비가 할아버지에게 걸음마를 가르치면서 눈물이 되어 흘러내리며 마음을 적십니다.

아이와 함께 꼭 읽어보세요.

밀려오는 감동을 지면에서 드러내기에는 제 표현력이 모자라네요.

너무 너무 감동적입니다.

할아버지와 보비의 유대와 사랑, 이해와 배려, 그리고 믿음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 아이가 커 가는 동안 마음을 아름답게 가꾸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