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너무 감동적이다…

연령 6~9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9년 9월 5일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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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너무 감동적이다…
이 책에 대해 무슨 말인가를 하려면 잠시 호흡을 가다듬어야 할 만큼 생각만해도 가슴이 벅차고 코끝이 찡하다.

일곱살 먹은 아들 아이와 함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이는 처음에 아이가 태어나고 할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보비라는 이름을 갖게 된 어떤 꼬마의 그림을 유심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러다 걸음마를 가르쳐 주는 할아버지가, “오른발, 왼발”이라고 하자 눈빛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자기도 할아버지가 걸음마를 가르쳤고, 할아버지 뒤통수를 닮았다는 말을 들으며, 할아버지의 식성과 할아버지의 습관을 가장 많이 닮은 손자이므로 ‘보비’가 드디어 관심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블록놀이는 자신의 커다란 즐거움 중의 하나인데 보비는 할아버지와 함께 비밀장소에 넣어둔 블록을 꺼내다 쌓는 놀이를 가장 즐겨하는 것이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서른 번째 블록인 코끼리 블록을 얹을 때 번번히 재채기를 해 와르르 무너뜨리기 선수였다. 아이는 웃음을 터뜨렸다. 책속의 보비처럼 깔깔깔 웃는다. 이제 보비와 자신이 하나가 된 것이다.

그런 할아버지와 다섯번째 생일을 근사하게 보낸 며칠 후 할아버지가 쓰러지신다.
보비는 병원에 있는 할아버지가 걱정이 되어 어쩔 줄을 몰랐고 날이 갈수록 그리움이 깊어만간다.
그러나 석달 후 할아버지는 퇴원을 하시는데 보비를 알아보지도, 말을 하지도 못한 채 누워만 계신다. 보비의 표정이 어둡다.
그러던 어느날 할아버지가 보비에게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데 그 목소리가 무시무시하게 들려 보비는 도망친다. 그리고 다시 할아버지에게 돌아간 보비는 할아버지에게 블록으로 탑을 쌓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지막 코끼리 블록을 올려 놓기 전…할아버지는 재치기 소리 비슷한 소리를 내며 처음으로 손가락을 까딱하신다. 이제 할아버지는 낫게 되실 것이다.

할아버지는 조금씩 조금씩 좋아지셔서 드디어 걸음마를 배우게 되셨다.
보비는 할아버지 앞에 선 다음 할아버지가 어깨를 짚고 일어서게 한 후, “좋아요 할아버지,오른발”
“이번엔 왼발” 하며 할아버지의 걸음마를 가르쳐 드린다.

그리고 예전에 그랬듯이, 옛날 이야기가 끝나면 보비가 할아버지께 어떻게 걷는 법을 가르쳤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할아버지가 내 어깨를 이렇게 짚고요..난 말했어요. ‘오른발, 왼발, 따라해보세요.’라고요.”

책장을 덮은 후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이의 눈에도 나의 눈에도 눈물이 글썽였다.
내가”익훈이랑 보비랑 똑같네.”하자,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지 않아서 대행이예요.”한다.
보비가 할아버지를 잃게 될까봐 가슴 졸였던 모양이다. 그러더니 금새 얼굴에 생기가 돌면서, 자신에게 할아버지가 걸음마 가르쳐 주시던 얘기를 해달라고 조른다.

우리 모자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 ‘오른발, 왼발’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동네방네 소문내느라 일주일이 모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