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6세가 된 아이의

연령 4~13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6년 10월 27일 | 정가 11,000원

이제 막 6세가 된 아이의 한글 공부때문에 속 꽤나 끓였다. 내 주위엔 모두다 영재들만 있는 건지 아님 극성스런 엄마들만 있는건지 “누구네집 아이는 40개월에 한글떼고 영어 시작한다더라 ” 하는 말이 왜 그렇게 많이 들려오는지 작년 여름부터 괜시리 아이만 닥달했었다. 나름 책도 많이 읽어주고 똑똑하다는 소리도 들었던 아이다. 똑똑하다는 기준과 한글을 빨리 깨치는 것은 무관하다는 위로의 말에도 그다지 맘이 놓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모든 것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 맞긴 맞나보다. 5세 한해동안 ‘ㄱ’부터 ‘ㅣ’ 까지 자음,모음만 열심히 배워오는 것 같더니 작년 겨울, 5세 후반이 되자 ‘가나다’를 쓰기 시작했다. 해를 넘겨 갑자기 한글에 가속도가 붙더니 막 6세로 접어든 지금은 어지간한 글자는 자음,모음 낱으로 불러주면 받아쓰는 정도에 이르렀다. 그리고 받침을 좀 어려워해서 그렇지 글자도 제법 읽어낸다. 그제야 무릎을 치며 아이에게 미안했던 지난 몇달간이 떠올랐다. 직장맘이라는 핑계로 다른 엄마들처럼 따로 한글공부를 지도해 준적도 없으면서 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란것은 아닌지 반성도 해보았다.

이젠 한글에 자신이 붙은 아이에게 ‘읽기 독립’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만한 책을 골라주는 것이 문제였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또래의 아이들이 그러하듯 우리 아이도 ‘말장난’을 좋아한다. 예를 들어 어린이집에서 짝꿍 이름이 ‘서민수’인데 집에와서 말하기를 “엄마, 내 짝꿍 민수만 보면 자꾸 ‘서산에 해가 뜨네~’ 라는 말이 떠올라” 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때는 노파심에서 혹시라도 친구가 그말을 싫어하면 하지 마라. 이름은 엄마,아빠가 골똘히 생각해서 소중하게 지어준 것이니 놀려서는 안된다고 타일렀는데 내가 어렸을때도 그런 장난을 많이 했던것 같다.

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은 말그대로 ‘놀이’ 같은 동시다.
아이와 내가 동시집을 읽을때면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이 힐끗 쳐다보면서 “방금 동시집 읽은거야 아님 말장난 한거야? ” 라고 몇번이나 물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동시집을 읽으면서 깔깔거리고 웃어대니 도대체 아이랑 뭘하나 싶기도 했을 것이다.

말놀이 동시집은 제목이 흥미롭다. 총 67편의 동시가 실려 있는데 마지막 ‘저녁 어스름’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새나 동물, 곤충,어류가 제목이다. 알,참새,독수리,말,돼지,기린,청개구리,해마,매미 이 모든것이 제목이고 소재가 된다. 가끔식 ‘된장잠자리’, ‘나나니벌’같은 특이한 제목은 아이와 함께 인터넷 검색을 해야하는 수고로움이 있었지만 흥미를 유발하는 면에서는 더 튀었던 것 같다. 그리고, 각 동시마다 코믹하게 그려진 그림도 책을 보는 또다른 재미였다.
<말놀이 동시집>을 음미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대담해 진다. 나와 내 아이도 힘을 합쳐 동시 하나쯤 지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이와 둘이 앉아서 ‘낱말 잇기’를 하다가 서로 밑천이 떨어지면 낱말대신 ‘문장 만들어 이어붙이기’로 넘어가곤 했는데 어쩜 그런 놀이도 자연스러운 동시짓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무심코 쓰는 한글이어서 잊고 살았지만 아이에게 글을 가르치면서 새삼 한글이 쉽지 않은 글임을 깨닫게 된다. 그렇지만 한글만큼 과학적이고 세련된 문화유산도 없다.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우리의 자랑이 아닌가? <말놀이 동시집>은 소리글자인 한글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작품이며, 이제 막 한글을 시작하려는 유아에서부터 초등학생까지 두루 읽힐 수 있는 유용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