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전쟁 또는 나쁜 평화

시리즈 블루픽션 23 | 존 보인 | 옮김 정회성
연령 13~18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7년 7월 20일 | 정가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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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전쟁 또는 나쁜 평화는 없다-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의 표지를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은 ‘이건 아니잖아?’하는 것이었다. 요즘에 나온 책들의 표지가 하나같이 멋지고 세련되며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비해, 이 책의 표지는 너무나 초라했기 때문이다. 아니 ‘줄무늬 파자마’라는 구절 때문에 저렇게 디자인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 다음에도, 그래도 어떻게 저런 표지의 책을 만들었는지 편집자의 안목이 의심스러웠다. 그 느낌은 책을 받은 순간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그러나 줄무늬 파자마의 의미를 안 순간 나는 가슴 한 구석이 미어지는 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 그리고 줄무늬 표지의 의미를 얼른 알아채지 못한 내 무지가 부끄러웠다. 다시 살펴본 책의 표지는 더 이상 초라해 보이지 않았으며, 이 세상에서 없어야 했고 앞으로 되풀이되어서는 안 될 아픔을 너무나 뚜렷하게 되살려주었다. 우리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될 ‘아우슈비츠’의 광기어린 학살을….
베를린에서 멋진 5층 저택에 살던 9살 소년 브루노는, 아버지가 하시는 중요한 일 때문에 이사를 오게 된다. 삭막하기만 한 그곳은 바로 아우비츠(아우슈비츠)로, 브루노는 친구도 없이 지내야 하는 이곳에서의 생활이 너무나 싫다. 브루노는 이사오던 날 자신의 창문을 통해 회색 줄무늬 파자마에 회색 줄무늬가 박힌 헝겊 모자를 쓰고 있는 사람들이 철조망 건너에 있는 것을 보고는 그들이 누구일까 궁금해 한다. 또 과연 누가 줄무늬 파자마를 입을 사람과 제복을 입을 사람을 결정한 것인지도….
지루한 날들이 지나고 브루노는 탐험 놀이를 하다가 철조망 건너편에 사는 쉬뮈엘을 만나게 된다. 똑같은 날에 태어났고, 자신도 모르는 이유로 이곳까지 오게 되었으며, 이곳의 생활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 등에서 둘은 닮았고 친구가 된다. 철조망을 사이에 둔 두 친구는 서로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우정을 나누나 왜 철조망을 넘으면 안 되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브루노가 베를린으로 떠나게 되면서 늘 철조망의 건너편에서 바라만 보아야 했던 둘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함께 탐험을 하기로 한다. 브루노는 할아버지에 이어 아버지마저 사라진 쉬뮈엘을 돕기 위해 철조망을 넘어 들어가 줄무늬 파자마를 입는다. 처음으로 철조망 같은 편에 서게 된 두 친구는, 탐험의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놓지 않는다.
과연 아홉 살 소년이, 철조망의 이쪽과 저쪽으로 사람을 나눈 뒤 다른 편에 있는 사람을 무자비하게 폭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리고 철조망을 사이에 둔 두 아이가 친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브루노와 쉬뮈엘에게 독일이나 폴란드, 유태인이나 독일인의 구별, 민족이나 인종, 종교나 이념은 그 어느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과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필요했고, 함께 곳곳을 누비며 탐험할 친구가 필요했을 뿐이다. 아홉 살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그 안팎에서 자행되는 비인간적인 행위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어린 아이의 눈을 통해 바라보았기 때문에 직접적 비판 의식은 약해졌지만, 대신 단지 민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150만이 넘는 사람을 학살한 어처구니없는 현실의 모순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지금도 많은 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매일같이 테러와 납치가 자행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때로는 신의 이름을 빌리고, 아니면 민족이나 국가 또는 이념을 내세운다. 그러나 결코 그 어떤 미사여구로도 인간이 다른 인간을 함부로 죽이는 일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전쟁의 추악함을 가리려는 것은 대낮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가장 좋은 전쟁도 나쁜 평화보다 못한 법이다.

There never was a good war or a bad peace.
좋은 전쟁 또는 나쁜 평화는 없다. <벤저민 프랭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