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반 다를 것 없는 원숭이의

연령 6~7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3년 9월 15일 | 정가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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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반 다를 것 없는 원숭이의 하루를 하고 있는 우리가족.
아빠는 새벽부터 한저녁까지 회사에서 일하느라 가족들 얼굴 볼 시간도 없는 하루를 보낸다.
엄마는 아이들 뒤치닥거리 하느라 제대로 자신을 꾸밀 시간조차 없는 하루를 보낸다.
첫째는 유치원, 피아노, 발레 레슨 등을 다니느라 바쁜 하루하루를 보낸다.
둘째는 언니 데리러 갈 시간을 확인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이런 우리가족에게 이번 달에는 여러차례 바다거북이 찾아왔다.
그 중 한번은 맛있는 동화 이벤트에 당첨되어 <<양배추 소년>> 을 선물 받은 것이고
다른 한번은 책 시사회에 당첨되어 <<원숭이의 하루>>를 선물 받은 것이다.
중국 출장 간 남편에게 책 시사회에 당첨 됐다고 좋다고 문자를 보냈더니 ‘복권에 당첨되면 아예 까무러치겠다’라는 핀잔을 답으로 받을 정도로 기분이 좋은 방문이었다.

<<양배추 소년>>을 받고는 첫째가 뜬금없이 “이 책은 중국 책이에요?”하는 거다. “에잉, 중국책 아닌데..”라고 했더니 “그런데 왜 책을 이렇게 넘겨요?”하는 거다. 하하 <<양배추 소년>>은 왼쪽으로 책장을 넘기는 옛 고서적식 책넘김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재미있으라고 그랬나 보다. 이렇게 넘기는 책도 있어..”라고만 대답하고 말았다. 책 넘김도 다른 책들과 다르고 책 내용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라 아주 맘에 들었다. 양배추 고릴라, 양배추 고래, 양배추 벼룩(돋보기를 들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 없었음ㅋㅋ). 아이는 양배추 고릴라가 마음에 들었는지 한참 후 양배추 고릴라를 그려와 한동안 자랑을 했다.

<<원숭이의 하루>>를 택배 아저씨께서 배달해 주실 때 우린 집에서 항상 어울리는 고정친구들이랑 떠들썩하게 놀고 있었다. 첫째는 그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도 <<원숭이의 하루>>를 들고 자기 책상에 앉아 조용히 읽고는 아이들과 어울려 놀았다. 지금은 책 읽어 줄 시간이 아닐 것 같아 친구들이 돌아가고 둘째에게 먼저 이 책을 읽어줬다. 둘째의 반응은 한번 쭉 읽자마자 “엄마 다시 한번”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읽고 있는데 “엄마 여기는 작게 읽어야죠..”한다. 바다 거북 할아버지가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려 섬에 도착해서는 몹시 지쳐 잠든 부분이었다.
‘우리는 살금살금 모래밭을 떠났어요.
조용조용
모두 이 잡아 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바다거북 할아버지에게 이야기를 듣기 전 조용히 기다려야 하는 기다림을 작은 목소리로 느꼈구나 하는 생각에 맘 뿌듯했다.
또 다른 시간에 첫째에게 엄마가 다시 읽어줬더니 첫째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이 책을 읽고는 그림을 그렸다. <<원숭이의 하루>> 중 가장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부분이 원숭이들이
‘아함, 잠에서 깨어나
제일 먼저 조르륵 오줌을 누고’하는 부분이었나 보다.
채색이 되지 않은 페이지를 펴더니 스케치북에 나름 그림을 그렸다.
제일 먼저 나무를 크게 그리고 그 위에 데롱데롱 메달린 듯한 원숭이 그림을 일렬로 그리고 오줌을 여러 줄기 세차게 쭉쭉 그린다. 그러더니 첫째 원숭이 오줌 줄기 밑에는 웅덩이를 만들어 그 속에 바다 거북을 그린다. 그리고는 제일 마지막에 그린 덩치큰 엄마 원숭이 밑에는 똥 덩어리도 크게 그려넣는다. 그러더니 다시 웅덩이 속의 바다 거북에게 손을 댄다. 거북이 원숭이의 오줌 세례에 눈이 뛰옹 튀어나오고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는거다. 으하하..책 내용을 보고 이런 상상을 하다니 우습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다.
잠시 그 그림을 보고 있다가 문득 이 책을 지루한 일상에 한번 찾아오는 행운처럼 바다거북을 맞이한다고만 이해할 것이 아니라 원숭이의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 속에도 조용한 기다림의 시간도 있고 일렬로 조르륵 오줌을 누는 재미난 시간도 있다라고 해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룡소에 싸이트에 들러 이벤트에 열심히 신청하고 당첨을 기다리는 조용한 긴장 속의 기다림도 하루의 일부이고, 바다거북이 찾아온 듯 당첨되어 책 한권 한권 받는 기쁨도 하루의 일부로 소중하다.
우리 가족의 하루하루도 바다거북을 기다리며 반복되지만 결코 반복될 수 없는 재미난 하루로 채워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