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간데 없이 원숭이와 함께

연령 6~7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3년 9월 15일 | 정가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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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간데 없이 원숭이와 함께 다음을 기다릴뻔했다. 그저.

한 친구가 내게 물었다.
‘넌 매일 그렇게 신나냐? 난 그날이 그날이다.’
나는 대답했다.
‘난 매일매일 신나. 하루가 너무 바쁘고 재밌어’라고 답했다.
그렇게 답했지만 내가 과연 매일 어드밴쳐를 즐기는지 조근조근 따져보았다.
사실 그렇지는 않다.
나 역시 그날이 그날일 때도 있다.

사춘기 즈음에는 내 삶은 지루했다.
시간이 잘 가지 않았고, 모든 것이 시큰둥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아무 생각없이 까르르 웃으며 매일 머리를 빗는 짝궁 경자가 한심했던 적도 있었다.
말하자면 재미난 일이 없었다.
시골에 살면서 재미난 일을 부러 찾기란 쉽지 않았었다.
그러나 한가지 흥미로운 일이라면 외할머니가 어쩌다 가끔 찾아오셔서 우리 친할머니 내외를
보살피곤(?)하셨다. 사지 멀쩡해서 그 섬김을 받는 친할머니네가 이상해 보였지만 여튼
깔끔한 외할머니의 손맛과 이야기 보따리는 항시 여운을 많이 남겼다.
병풍 뒤의 귀신 이야기, 게을러서 엄마가 집을 비운 3일만에 굶어죽은 아들 이야기,
할머니 옆집에 애를 두고 집을 나간 단지 엄마 이야기, 한 장 붙이는데 5원하는 포장지 이야기,
또 고관대작부인으로 살던 자신의 지난 기억은 나의 마음의 키를 자라게 했다.
그런 그 양반이 지금은 치매도 아니요, 정상도 아닌 상태로 이상한 고집쟁이로 늙어계신다.
그 양반의 하루 일과는 젊을 때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추억하는 일이 전부인 듯 하다.
요컨대 굉장히 슬픈 할머니가 되어버린 것 같다.

우리 삶이 까딱 잘 못 보면 지루한 것 같지만 실은 언제나 알찬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우리가 늙어서 슬픈 노인이 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천일야화를 만들어 둬야한다.
우리 외할머니가 다른 세상으로 가셔도 우리는 할머니의 이야기와 할머니 삶을 통째로
기억할 것이다.
아침에 해 뜨는 시간과 날씨가 각각이요,
아침에 누는 오줌의 양이 그날 각각이요,
우리 꽃님이가 눈이 뽀송뽀송 부은채 엄마! 하며 내 품에 달려드는 표정이 각각이요,
남편의 출근길 옷이 제각각이다.
또한 반찬 역시 마찬가지로 가지각색이지 않나.
내 지루한 삶을 달리 생각하기로 대학에 들어가면서 결심했었다.
우울하나 우울하지 않을 거라고.
심심하나 심심하지 않을 거라고

<원숭이의 하루>는 내용이 없는 듯 하나 내용이 많이 든 글이었다.
또한 김난주씨의 번역은 참 훌륭하다.
그니의 역작을 보다보면 일본어를 배워야겠구나, 라는 의지를 주곤 한다.
물론 작심삼일로 끝나
겨우 히라가나 몇개를 달달 외우다 끝나지만 일본어의 그 부드러운 곡선이 그대로 느껴져
한동안 머리맡에 두고서 우리 꽃님이와 읽곤 했다.

책 프리뷰, 참 좋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