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선생님의 시선을 사로

연령 6~12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7년 11월 5일 | 정가 11,000원

‘유독 선생님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들이 있었어요. 유리 조각이나 시든 꽃, 죽은 곤충의 몸뚱이 같은 것들이었죠. 선생님은 그것을 집어 들고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몹시 사랑스러운 듯 얼굴을 바짝 갖다 대셨어요. 그러고는 아주 조용히, 걱정이 깃든 목소리로 그것들의 생을 들려주셨죠. 그것이 얼마나 슬픈 운명을 타고 났는지, 이곳에 오기까지 어떤 기쁨과 고통을 겪었는지 말이에요.’

위인전을 읽으며 나도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봤습니다. 잔잔한 그의 삶을 읽고 있노라면 저절로 드는 생각입니다. 책을 읽고 나서 딸아이에게 엄마도 동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더니 “엄마는 할 수 있어요. 101살에 작가가 된 사람도 있대요. 아직 마흔 살밖에 안 되었는데 뭐.” 이러더군요. 크크, 엄마에게 용기를 주는 우리 딸!

<미운 아기 오리>나 <인어공주>,<성냥팔이 소녀>,<벌거벗은 임금님>을 모르는 이들은 없을 거예요. 아기에서 어른들까지 읽고 또 읽는 안데르센 동화. 이 책은 안데르센이 남긴 세 권의 자서전과 일기와 편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그림책입니다.

그림책이지만 글이 많아 3, 4학년은 되어야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중간 중간 메모와 작은 글씨의 작품 인용까지 들어 있어 더 글이 많은 느낌이 들거든요. 안데르센이라는 말에 끌려 책을 펼쳐 들었던 우리 딸이 한두 장 넘기더니 바로 밀어놓네요. 하지만 읽다 보면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걸 느낄 수 있답니다. 아마 언젠가 딸아이도 읽겠죠 뭐!

이 책을 읽으려면 우선 조용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해요. 안데르센이 직접 작은 목소리로 소근소근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니까요. 부모님과 태어나서 자란 이야기, 시골집을 떠나 더 많은 공부를 하게 된 이야기, 여행과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이야기 등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적절하게 작품 구절을 인용하여 그런 이야기들이 어떻게 작품 속에 스며 있는지도 보여줍니다.

가난한 안데르센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재봉사나 인쇄업자가 되라고 했습니다. 안데르센이 그의 어머니 말대로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우리는 미운 오리의 아름다운 비상도 꿈꿀 수 없고, 아름다운 바닷속 인어공주도 만날 수 없었을 거예요.

안데르센을 보면 일기와 메모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일기에 있는 똑같은 문장들을 작품 속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대요. 또 이 책에는 안데르센이 직접 그린 그림과 공을 들여 만든 종이 인형들까지 실려 있어 안데르센의 남다른 재주에 감탄하게 됩니다. 이젠 안데르센의 작품을 대할 때마다 그의 따뜻한 삶까지 느껴질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