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다가 엄마가 죽었다

연령 10~18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6년 9월 30일 | 정가 9,500원

아이를 낳다가 엄마가 죽었다. 아이는 그래서 형제자매에게 “재수없는 아이”로 낙인찍혔고, 가족의 계급 서열에서 가장 낮은 자리를 겨우 차지했다. 새엄마가 왔다. 새엄마 냥은 아름다웠고 우아했으며 짙은 향수냄새를 풍겼다. 다이아몬드와 진주로 치장했고 곱게 화장을 했으며 집안에서 권력을 휘어잡았다. 모두 새엄마 앞에 무릎을 꿇었고 새엄마의 말에 복종했다. 아이는 새엄마의 막강한 권력에 이리저리로 휘둘려야만 했다.

아편전쟁, 2차 세계대전, 공산화 혁명 등의 격변기 중국을 배경으로 가족으로부터 소외되고 무시당하는 한 여자 아이 애덜라인에 대한 자전적 기록이다.

애덜라인은 학교에선 주목받는 우등생이지만 집에선 아무 쓸모 없고 미래가 별 볼일 없는 아이일 뿐이다. 회장이 된 걸 축하하러 친구들이 몰래 애덜라인의 뒤를 밟아 집에 찾아왔을 때에도 애덜라인은 새엄마 냥에게 불려가 뺨을 후려맞는 치욕을 당해야했다. 황씨 아저씨에게서 선물받아 애정을 기울여 키우던 아기오리 조그보는 아빠와 새엄마의 애완견 셰퍼드의 노리개감으로 내주어야 했다. 사랑하는 조그보가 사나운 셰퍼드에게 희생당하는 모습을 가슴을 조리며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새엄마에 의해 공산주의 인민해방군이 몰려온다는 소문에 다들 떠나는 텐진으로 학교를 옮겨 모두 떠나고 학생이라곤 아무도 없는 학교에 혼자 남겨져 있어야 했다. 아빠는 애덜라인의 이름도 생일도 기억하지 못했다.

애덜라인에겐 학교가 가장 즐겁고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곳이었다. 바바고모와 할아버지는 그런 애덜라인을 조용하고도 은밀하게 응원하고 격려해줄 뿐이다.

“걱정 마! 이런 특별한 성적만 있으면 너는 네가 원하는 걸 뭐든지 할 수 있으니까! 이걸 비밀 무기나 부적이나 네가 바라는 모든 것을 가져다주는 마법의 주문으로 만들어. 언젠가 세상이 너의 재능을 알아볼 테고 그러면 우리는 이곳을 떠나서 우리만의 집에서 같이 살 수 있을거야.”
” 절대 꿈을 잃어버리면 안 돼.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해. 네 안에는 결코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독특하고 귀중한 것이 있어. 난 진작부터 그걸 알고 있었지. 넌 두 분이 틀렸다는 걸 증명해야 해. 약속하지?”

이런 은밀한 응원과 격려만이 애덜라인에게 희망을 품게 할 뿐이었다.

제목이 <차이니즈 신데렐라>지만 아리따운 공주도 착한 요정도 멋진 왕자님도 등장하지 않는다. 애덜라인은 자기 힘으로 자기 운명을 바꿔야 했다. 애덜라인은 모든 것을 견디면서 희망을 품었고, 결국엔 국제희곡글짓기 대회에서 대상을 타면서 아빠의 인정을 얻어내고 만다.

저자 애덜라인 옌 마는 사랑받지 못하고 무시당하는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 끝까지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을 주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나는 여러분이 끝내는 이기리라는 믿음으로 자신이 받은 정신적 충격을 극복하여 마침내 그 충격을 용기와 독창성과 연민으로 바꾸도록 하고 싶다.
테레사 수녀가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외로움과 버림받았다는 느낌이 가장 큰 결핍이다.”
이 말에 나는 다음을 덧붙인다.
“단 하나의 긍정적인 꿈이 천 가지의 부정적인 현실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믿어라.”"

얼마전 중2짜리 딸이 이 책을 읽으며 눈가가 붉어지는 걸 보았다. 딸아이는 이 책을 읽으며 무엇을 느꼈을까.. 부디 이 책을 통해서 새엄마 냥과 무관심한 아버지의 비정함을 넘어서 작은 아이 애덜라인의 역경을 넘어서는 노력과 용기를 보았기를 바란다. 아울러 나도 아이들에게 은밀한 응원과 격려를 보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또는 누군가 나에게 보내고 있는 은밀한 응원과 격려가 희망이 되게 하고 그 희망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내가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