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이클은 갑

연령 13~2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2년 1월 14일 | 정가 12,000원
수상/추천 마이클 프린츠상 외 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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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이클은 갑작스런 이사와 아픈 갓난쟁이 동생으로 인해 생활도 정신도 엉망이다. 부모님은 곧 죽을 것 같은 동생에게 매달려 있어 변한 환경에 자신도 얼떨떨하며 가족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차마 말하지 못한다. 그나마 멀긴 하지만 전에 다니던 학교에 계속 다니며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모든 것이 변해 불안한 마이클이 삼을 수 있는 위안이었다.

그런 절망적이고 정신없는 상황에서 ‘그’를 만났다. 마이클 자신과 가족의 지금 상태 같은 창고 구석에서

그 안은 썩은 내와 곰팡내가 코를 찔렀다. 벽돌마저도 더 이상 무게를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모든 것들이 스스로가 한없이 지겨워져 이제 그만 와장창 무너져 내렸으면. 불도저 같은 걸로 싹 쓸려 버렸으면 하고 바라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자신의 갓난 동생처럼 다 죽어가고 있었다. 죽음 앞에서 모든 것을 체념한 채 아무런 희망과 의욕없이 웅크리고 있는 ‘그’를 보며 마이클은 자꾸 아픈 자신의 동생을 떠올렸다. 이곳을 나가서 치료를 받자고 말했지만 ‘그’는 모든 것이 귀찮아 그만 죽음이 데려가 주길 기다리는 아스피린 중독자였다.

[2]

- 이게 검은지빠귀야. 흔하게 볼 수 있는 새지만. 그래도 너무 아름다워.
-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새야.
- 너도 새 좋아하니?
- 모르겠어.
- 다른 사람들이랑 똑같군. 그림 그리는 건 좋아해? 그림을 그리면 세상을 좀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어. 그림을 그리려면 좀더 자세하게 관찰 해야만 하거든. 그거 알고 있었니?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검은지빠귀의 몸 색깔은 뭐게?
- 검은색이지, 뭐.
- 똑같아!

이사와 만난 옆집 소녀, 미나.
자유분방하고 거리낌이 없다. 처음 본 마이클에게 이것 저것 물으며 전혀 수줍은 기색도 없이 미나는 마이클에게 평소 관심도 갖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많은 질문을 했다. 검정지빠귀는 당연히 검은색이겠지… 별 생각도 관심도 없었던 마이클은 ‘그’가 원하는 유일한 것-아스피린과 27번과 53번-을 가져다 주던 날 검정지빠귀를 보았다. 검정지빠귀는 찬란한 황금색이었다.

나무 둥지에서 먹이와 어미를 찾는 새끼 검정지빠귀의 힘찬 지저귐, 삶을 포기한 ‘그’가 27번과 53번을 먹으며 보인 만족감, 아픈 아기의 따스한 몸과 뛰는 심장…

그 날, 마이클은 새끼 검정지빠귀가 날개를 퍼덕여 날아오르기 위해 애쓰는 꿈을 꾼다. 창고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그’도, 작은 심장으로 아픔과 싸우고 있는 동생도 저 검정지빠귀 새끼처럼 삶을 향해 힘차게 울 수 있었다.

[3]

어쩐지 ‘그’를 돕는 길을 알 것 같은 미나에게 ‘그’를 보인 마이클은 그 후 미나와 함께 ‘그’의 거처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돌보기 시작한다.

금새라고 모든 것이 허물어지고 내려앉을 것 같은 창고는 모든 것을 체념한 ‘그’의 정신세계를 상징한다.

- 나는 몸이 아프다.
- 아파서 죽을 것만 같구나.
- 나는 아기보다도 힘이 없다.
‘그’가 말했다.

- 아기들은 힘이 없는 게 아녜요. 먹을 걸 앞에 뒀을때나 기어가려고 애쓸 때 아기가 어떻게 하는지 본 적이 없나봐요. 검은지빠귀 새끼들이 처음 날개짓을 할 때 얼마나 용기를 내는지 아세요?
미나가 나지막히 말했다.

건강한 에너지로 충만한 미나는 마이클과 ‘그’를 변화시킨다. 미나는 밝게 빛나는 두 눈동자로 모든 것-자연, 마이클, ‘그’-을 살펴보고 가만히 만져보며 본질과 진실에 접근한다. ‘그’의 이름이 스켈리그인 것, 부엉이가 지금까지 ‘그’에게 먹이를 물어다 준 것, 그의 어깨엔 날개가 있는 것. 그런 미나 곁에서 마이클은 자연을 관찰하고 진실을 볼 수 있는 눈을 키운다.

- 아기는 죽지 않아!
마이클의 바램이자 확신이었다. 그는 가슴 속에 자신의 심장과 연결된 동생의 심장 박동을 느낄 수 있었다.

[4]


- 너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됐길래 이 모양이야?
- 저 애 때문이지. 나무 위에 있는 저 애. 마이클과 사귀는 계집애.
- 저 계집애. 원숭이처럼 나무 타는 재주가 있는 모양이네. 나무 위에 앉은 폼이 꼭 까마귀 같잖아.

나는 리키의 눈을 바라봤다. 몇 년 간 나와 제일 친한 친구였다. 내가 빤히 쳐다보면서 그만 하기를 바라는데도 리키가 계속 지껄인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 이제 그만 하시지.
내가 말했다.

아이들이 얼른 가 줬으면 싶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가지 말았으면 싶었다. 옜날처럼 아이들과 어울려 놀고 싶었다. 아이들도 옛날처럼 나를 대했으면 하고 바랐다.

지금까지 친하게 지냈던 쿠트와 리키와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없는 것은 왜.일.까?

마이클이 순수한 인간관계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주의를 의식해 애써 무관심하거나 적극적으로 발을 들이지 않았던 관계들에 아무 편견없이 참여하고 모든 것을 바로 보는 눈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5]

인간은 원숭이로부터 ———-했다구 추정된다.
이것은 ———–이론이다.
이 이론을 발전시킨 사람은 찰스 ——이다.

- 이게 정말 하루 종일 네가 학교에서 하는 일이야?
미나가 낄낄댔다. 그러더니 내가 준 책을 휘리릭 넘겼다. 그 책은 뭔가 얘기만 하면 진짜로 그 일이 일어나는 신비한 소년에 관한 책이었다.

- 그래, 이건 괜찮아 보이는데. 그런데 이 빨간 스티커는 뭐야?
- 권장 연령 표시야. 책을 읽을 수 있는 나이를 나타낸거지.
- 그럼 나이 표시에 맞지 않는 애들은 이 책을 읽고 싶어도 읽지 못하는 거네? 그럼 윌리엄 블레이크는 도대체 언제 읽어야 한단 말이야? ‘호랑이여! 호랑이여! 밤의 성벽 안에서, 눈부시게 타오르는’ 이 시를 읽는데 가장 좋은 나이나 가장 나쁜 나이를 구분할 수 있을까?

책에 담긴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나이는 이 정도 일 것이라는 지극히 친절한 가이드라인인 연령별 추천목록. 미나의 말대로 그건 어쩜 우스운 발상일지도 모른다.

어린왕자를 유아, 어린이, 청소년, 청년기, 중장년기, 노년기에 읽을 때마다 각각 다른 것을 깨닫고 내용이 새롭더라는 말처럼, 우리는 그 나이에 볼 수 있는 것들을 책 속에서 찾아 감상할 수 있다. 작가가 글 밑에 숨겨놓은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해서 그 책을 읽기에 부족한 나이라는 것은 어찌보면 틀리다.

[★]

우리 모두에겐 어깨뼈가 있다.
살면서 힘들 때, 모든게 엉망이고 나아질 기미가 없어 절망스러울 때 우리는 우리의 어깨뼈에 날개가 있음을 잊는다. 아니 어쩜 어릴 때부터 세상을 보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강함, 사람의 진심 그리고 우리의 어깨뼈에 돋아나는 작은 날개를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절망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선 용기와 건강한 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 모두는 특별하다.

우리의 어깨뼈가 그 증거다.

우리는 잠시 지쳐 웅크리고 있으며 자신이 날개를 가진 천사라는 것을 잊은 것인지 모른다.

검정지빠귀 새끼처럼 용기를 내어 날개짓을 한다면 우리의 어깨뼈엔 날개가 돋아 창공을 훨훨 날 수 있을 것이다.

-allism